로마 내리자마자 한국소녀가 준 꽃다발 봉헌… 약속 지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0일 03시 00분


[끝까지 선물주신 교황]125시간 여정 행복한 마침표

본보 특별판 받은 교황의 미소 18일 이탈리아 로마행 귀국 전세기에 오른 프란치스코 교황이 동아일보가 발간한 교황 방한 특별섹션 ‘Viva 프란치스코’ 축쇄본을 받아들며 미소 짓고 있다. 아래 사진은 교황이 동행한 취재진에게 선물한 사진, 기념메달, 묵주. 교황 귀국 전세기·바티칸=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본보 특별판 받은 교황의 미소 18일 이탈리아 로마행 귀국 전세기에 오른 프란치스코 교황이 동아일보가 발간한 교황 방한 특별섹션 ‘Viva 프란치스코’ 축쇄본을 받아들며 미소 짓고 있다. 아래 사진은 교황이 동행한 취재진에게 선물한 사진, 기념메달, 묵주. 교황 귀국 전세기·바티칸=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부오나 세라(Buona sera·안녕하세요)!”

프란치스코 교황은 18일 이탈리아 로마로 귀국하는 대한항공 보잉777 특별 전세기편이 이륙하자마자 노란색 세월호 리본을 단 흰색 수단과 모자 차림으로 기자들 앞에 나타났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기자들과 달리 교황은 여전히 만면에 웃음을 띠고 농담을 즐기는 밝은 모습이었다.

이날 바티칸공식기자단(VAMP)은 오전 11시 15분경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 대합실에서 출국수속을 마친 후 대기실에서 교황에게 던질 질문을 조율하느라 소란을 떨었다. 아시아(한국, 일본),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독일어 등 언어권으로 6개 그룹으로 분류된 지역마다 각각 2개의 질문이 배정됐기 때문이었다. 일본의 교도통신과 마이니치신문 기자가 한국 취재진에게 먼저 다가와 자신들은 “위안부 할머니들 문제를 묻고 싶다”고 상의해 왔다. 일본 기자들은 방한 전부터 교황과 위안부 할머니들의 만남에 집요한 관심을 표명해 왔다.

1시간여에 걸쳐 교황은 이날 추가질문까지 총 15개의 질문을 이탈리아어로 답했다. 그는 각 대륙 기자들이 쏟아내는 가자지구, 이라크, 쿠르드족, 알바니아 등 다양한 국제 현안에 대한 질문에도 한마디의 ‘동문서답’ 없이 명료하게 답변했다. 기자회견을 마치자 페데리코 롬바르디 대변인은 “교황님이 이제 여행이 끝날 때까지 휴식을 취해야 할 시간”이라며 “아마도 교황님은 좌석으로 돌아가더라도 성모님께 기도를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의 좌석은 방한할 때 탔던 알리탈리아 항공과 마찬가지로 특별한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은 일반 여객기 좌석 그대로였다고 승무원들이 전했다. 그러나 교황이 탑승한 자리가 일등석인지 비즈니스석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교황의 좌석 앞에는 기도를 드릴 수 있도록 자그마한 성모 그림이 걸려 있다. 교황은 기내 기자회견 중 “비행기에 탑승하자마자 곧장 마돈나(성모) 앞으로 달려갔다”고 했다.

교황은 또 한국의 수녀원 앞에서 한 소녀가 준 장미 꽃다발을 받았는데 “로마로 가져가서 성모 앞에 이 꽃을 바치고 한국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교황은 로마에 도착한 직후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을 찾아 이 꽃다발을 약속대로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했다.

교황은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도 중국 영공을 처음 통과할 때 성모상 앞에서 오랜 시간 중국인들을 위한 기도를 올렸다고 소개했다. 교황은 “비행기가 처음 중국 영공을 통과할 때 나는 조종석으로 들어가 조종사가 중국에 영공통과 허용을 요청하고, 시진핑 주석에게 인사말 전문을 보내는 순간을 보는 ‘증언자’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마련한 전세기는 보잉777-200ER 기종으로 교황이 방한 시 이용했던 알리탈리아 A330편보다는 큰 규모였다. 일등석 8석, 비즈니스석 28석, 이코노미석 212석이 마련돼 있었다. 취재진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기내 곳곳으로 흩어졌다. 바티칸 출입기자와 일반 외신기자들의 좌석 구분은 없었다. ‘바티칸 인사이더’의 안드레아 토르니엘리 기자는 “전임 교황들과 달리 기자들과의 만남을 즐기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해외 방문 때마다 비행기에서 엄청난 일거리를 안겨준다”고 하소연했다.

롬바르디 대변인은 교황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돌아간 후 70명의 세계 기자들에게 교황이 전하는 특별한 선물을 나눠 주었다. 선물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진과 함께 교황청 문양이 새겨진 투명한 흰색 묵주가 담겨 있었다. 또한 선물 중에는 교황청 공식 문양이 새겨진 작은 빨간색 상자도 포함돼 있었다. 상자 안에는 한복을 입은 여인상으로 구현된 성모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동메달이 들어 있었다. 성모자 밑에는 대한민국의 국화인 무궁화가 그려져 있었고, 메달 뒷면에는 이번에 시복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의 그림이 새겨져 있었다.

대한항공은 점심식사로는 버섯소스를 곁들인 쇠고기 안심 구이, 넙치 요리, 닭다리 구이 중에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고, 저녁식사로는 로즈메리 소스가 가미된 쇠고기 안심 스테이크와 크림소스 대구 요리, 해산물 그라탕 중에 하나를 고르도록 했다. 중간에 간식으로는 라면과 마르게리타 피자, 브라우니 케이크 등이 제공됐다.

알리탈리아 항공편에서는 이탈리아산 와인만 제공됐던 것과 달리 대한항공은 프랑스산 포도주를 기본으로 이탈리아산 와인도 골고루 섞어서 제공했다. 저녁식사와 함께 제공된 와인으로는 이탈리아 스파클링 와인 ‘보테가 골드’, ‘샤토 드 크랭 2011년’(화이트와인),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방 샤토 데스클랑의 ‘위스퍼링 에인절 2013년’(로제와인)이 제공됐다. 또한 레드와인으로는 프랑스 오메도크 지방의 ‘샤토 페라봉 2008년’, 이탈리아 페루자 지방산인 ‘콜리 페루지니 로소 2009년’이 제공됐다.

비행기는 현지 시간 18일 오후 5시 45분경 로마 참피노 공항에 착륙했다.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미소와 뜨거운 감동을 느끼게 했던 교황과의 동행취재 125시간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교황 귀국 전세기·바티칸=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프란치스코 교황#교황 귀국#교황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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