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시장에서 승부를 가르는 건 기술력 차이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전자업체들이 초고화질(UHD) 신기술로 중국 TV 시장에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UHD TV 판매가 급증하면서 그동안 현지 업체들의 저가 공세와 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한 규제로 빼앗겼던 중국 TV 시장 1위를 탈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한 분기 만에 6배 이상으로 늘어난 점유율
21일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4∼6월) 중국 UHD TV 시장에서 32.1%의 점유율로 1위로 올라섰다. 1분기(1∼3월)에는 5.2%로 현지 업체인 하이센스(26.0%), 스카이워스(22.6%), 콩카(12.8%), TCL(12.1%)에 이어 5위였다.
중국에서 선전한 덕분에 삼성전자의 2분기 세계 UHD TV 시장 점유율은 43.3%로, 1분기(21.6%)보다 21.7%포인트 높아졌다. 순위도 세계 1위다. LG전자도 2분기 세계 시장 점유율이 11.8%로 2위를 차지했다. UHD TV를 포함한 모든 평판 TV 시장에서도 삼성전자는 2분기 세계 시장 점유율이 31.8%로 34분기 연속 1위 기록을 달성했다. 상반기 점유율 역시 30.7%로 사상 최고 기록이다.
사실 중국 TV 시장은 2008년까지만 해도 일본과 한국 업체들이 점령하다시피 했었다. 2004년까지 샤프와 소니 등 일본 업체들이 중국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서 1, 2위를 차지했으나 삼성전자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2006년 4월부터 왕좌에 올랐다.
하지만 2007년 말 중국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가전하향(家電下鄕·농촌지역 가전제품 지원 프로그램)’과 ‘이구환신(以舊換新·중고 가전을 신제품으로 교환 시 정부보조금 지급)’ 등 사실상 자국 전자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면서부터 시장 판도가 바뀌었다.
중국 전역에서 TV 등 가전제품 교체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가격이 저렴한 중국 업체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10여 년 전부터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던 중국 제조사들이 이를 기회 삼아 빠르게 성장했다. 올해 1분기까지도 중국 평판 TV 시장과 UHD TV 시장 모두 하이센스, 스카이워스, 콩카, TCL, 창훙 등 중국 업체들이 1위부터 5위까지를 차지했다. ○ 기술 격차가 시장 격차로
삼성전자는 최근 1년간 UHD TV 크기별로 다양한 라인업을 중국 시장에 선보였다. UHD TV가 업계 기대보다 빠르게 대중화하면서 가격대가 저렴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중국 업체들이 한국 업체들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저렴한 가격에 내놓은 UHD TV가 사실상 ‘말로만 UHD TV’라는 학습효과가 퍼지면서 프리미엄 제품을 찾는 중국 소비자들이 늘어났다.
하이센스나 창훙 등 중국 업체들이 선보이는 UHD TV의 화질이 삼성전자나 LG전자 제품보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중국 업체들은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저가 패널을 갖다 쓰는 경우가 많다. 또 대만이나 일본 업체들로부터 패널을 사들여 오더라도 이를 영상으로 구현해내는 화질 기술이 떨어져 풀HD 또는 그 이하 수준의 화질로 비친다.
한 국내 전자업계 관계자는 “TV는 다양한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과 달리 영상을 감상하고 즐기는 목적이 가장 큰 엔터테인먼트 제품”이라며 “사람들이 UHD TV에 기대하는 일정 수준 이상의 화질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가격이 저렴하다 해도 이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근 샤오미도 LG디스플레이로부터 패널을 공급받아 60만 원이라는 파격적 가격의 UHD TV를 내놨지만 아직까진 실험적 제품이라는 평이 많다.
결국 국내 전자업계에서는 UHD TV 기술 격차가 그동안 이어져 왔던 중국 업체들의 공세를 어느 정도 막아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부사장)은 “올해 상반기에 거둔 성과는 세계 소비자들이 한국 TV의 성능과 서비스를 선호한다는 증거”라며 “다음 달 열리는 가전제품전시회(IFA)를 기점으로 커브드 UHD TV 대세를 굳혀 삼성전자가 9년 연속 세계 TV 시장 1위를 차지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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