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민간 함께 밑그림… 정권 바뀌어도 연속성 유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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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혁신 ‘골든타임’]<1> 대한민국 百年大計세우자
―선진국들은 어떻게 준비하나

미래예측력은 국가경쟁력의 핵심이다. 구체적인 국가미래상을 그려 놓고 미래를 준비하는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는 결국에는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선진국들은 미래예측의 중요성을 일찍이 인식하고 준비를 해 왔다.

‘미래를 예측하는 힘’의 저자인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창의문화기획실장은 “미래예측이란 앞을 알 수 없는 밤길에 전조등을 켜는 것과 같은 것”이라며 “국가적 차원의 중장기적 미래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미국: 랜드연구소가 글로벌 미래연구소로

미국의 미래예측은 민간 연구소와 정부가 함께 보조를 맞춰 발전시켜 온 것이 특징이다. 민간 연구소 중 가장 유명한 곳이 바로 랜드연구소다. 이 연구소는 미국의 안보전략과 전 지구적 이슈를 연구하는 세계적 싱크탱크이며, 미래학의 대표적 연구방법론 두 가지인 델파이 기법(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해 미래상을 예측)과 시나리오 예측법(미래상을 스토리라인으로 구성)을 모두 만들어 냈다.

미 정부는 지속적으로 미래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적인 미래학자인 짐 데이터 하와이대 교수는 입법부, 사법부와 함께 미래 사회를 예측해 신종 범죄 등을 예측하고 대응책을 미리 마련해 왔다.

또 안정적인 양당 체제가 국가 백년대계를 세우고 실현하는 기반이 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 계획을 세우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은 공화당과 민주당으로 굳어진 양당 체제 아래서 백년대계가 연계 발전된다. 새 대통령은 소속 정당이 발전시켜 온 정책의 연장선에서 집권 플랜을 세우고 이행한다.

○ 유럽: 정부와 의회 차원에서 미래전략 수립

영국 정부는 필요에 따라 미래전략을 담당하는 부서를 신설해 장기간 운영해 왔다. 1971년에서 1983년까지는 중앙정책검증단(Central Policy Review Staff)이 국가의 미래전략을 수립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맡았다. 토니 블레어 정부는 2002년 각 부처에서 수립한 국가전략을 재검토하고 총리에게 정책자문과 분석을 제공하는 미래전략청(Strategy Unit)을 설치했다. 2010년까지 운영된 미래전략청은 ‘국가생존전략 가이드북’ ‘디지털전략’ 등 다수의 보고서를 냈다.

핀란드에서는 정부가 아닌 의회 차원에서 백년대계를 세운다. 핀란드 의회는 20여 년 전인 1993년 미래위원회를 설치했으며 지금까지 총 6차례에 걸쳐 중장기 미래 보고서를 작성했다. 역대 총리와 각 정당의 당수, 장관들이 이 위원회 출신인 경우가 많아 미래 연구 결과가 그대로 정책에 반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 아시아: 중국과 일본, 꾸준히 미래 개척

중국은 ‘2개의 100년(兩個 一百年)’이라는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 ‘2개의 100년’은 1997년 제15차 중국공산당 당대회부터 언급되기 시작한 개념이다. 중국 공산당 창당(1921년) 100년이 되는 2021년까지 ‘전면 샤오캉(小康·중등 국가) 사회’ 건설을 이루고 신중국 성립(1949년) 100년이 되는 2049년까지 선진국 사회로 진입해 중화민족 부흥의 꿈을 실현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본 역시 일찍부터 미래예측을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뉴선샤인계획(1993년), 신국가에너지전략(2006년) 등을 통해 고유가 파동에도 극심한 경제위기를 피할 수 있었다.

2000년에는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총리의 사적 자문단인 ‘21세기 일본의 구상’ 간담회가 국가 백년대계에 관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오부치 총리가 학계 경제계 언론계 문화계를 망라한 간담회를 구성하며 던진 화두는 ‘잘살고 있지만 덕도 있는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국유덕(富國有德)’이었다. 간담회는 의무교육 일수를 주 3일로 줄이자는 등의 대담한 제안을 내놓아 주목받았다. 하지만 아베 신조 정권이 들어서면서 국가전략이 역주행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정치·외교의 불안정성이 미래전략의 지속적 추진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 한국도 국가적 차원 미래연구 필요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기업의 경제연구소나 과학기술연구소에서 일부 분야의 미래상을 예측하거나 트렌드를 잡아내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미래예측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미래 관련 조직들은 정책적 또는 사업상의 필요에 따라 설치와 폐지가 반복되는 데다 순환보직 제도로 인해 전문적인 연구인력을 길러내지 못하고 있다. 최연구 실장은 “독립적 미래전략기관을 만들어야 하며, 대학에 미래학과나 과목을 개설해 전문가를 길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를 아우르는 ‘통섭 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국행정연구원의 서용석 연구위원은 “21세기에는 정부 중심의 미래예측 활동만으로는 역동적이고 거시적인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정부 내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하되, 민간 싱크탱크 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별취재팀>
▽팀장 하종대 편집국 부국장
▽팀원
문권모(소비자경제부) 성동기(국제부)
이훈구(사진부) 차장, 배극인(도쿄)
전승훈(파리) 이승헌(워싱턴) 특파원,
우경임 이샘물(사회부) 박창규(소비자경제부)
김수진(뉴스디자인팀) 하승희(편집부) 기자
#미래예측력#국가대혁신#골든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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