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청와대 고위 당국자가 국민연금과 연계해 공무원연금을 개혁한다는 방침을 밝힌 것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공무원연금 적자를 줄이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국민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당장 100만 명이 넘는 전국 공무원의 반발이 일겠지만 바닥까지 떨어진 공직사회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국민들 사이에는 연금개혁이 과거처럼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불신이 여전해 자칫 정부와 새누리당이 일반 국민과 공무원 양쪽에서 동시에 공격받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공무원연금개혁안에 따르면 정부는 생애 소득을 기초로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비교해 제도를 개편할 계획이다. 2006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정부의 의뢰를 받아 공무원과 민간인의 생애소득을 비교한 결과 공무원의 임금과 퇴직 후 급여를 합한 총 소득은 민간 근로자의 총 소득보다 1% 정도 높은 수준이었다.
이 생애소득은 금융위기 이후 위축된 민간분야의 임금 실태와 퇴직금을 못 받는 중소기업 근로자 수 등을 반영할 경우 2006년 분석 때보다 격차가 더 벌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 개혁을 통해 양측의 생애소득이 같은 수준이 되도록 조정한다는 것이다.
이런 원칙에 따라 정부가 구체적으로 조정하려는 항목은 은퇴 후 매달 받는 연금 수령액과 은퇴 시 일시불로 받는 퇴직수당이다. 공무원 1명이 받는 연금 수령액은 지난해 기준 매달 219만 원으로 국민연금 평균수령액(84만 원)의 2.6배 수준이다. 공무원은 퇴직 후 받는 연금으로 재직 당시 소득의 63% 수준을 유지할 수 있지만 국민연금 가입자는 은퇴 전 소득의 40% 정도만 받는다. 많은 국민들이 이런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단순히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깎아선 안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공무원이 일시불로 받는 퇴직수당이 일반 근로자보다 적고 공무원이 내는 연금 보험료(임금의 7%)도 직장인이 내는 국민연금 보험료(4.5%)보다 많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생애소득을 비교해 공무원들의 전반적인 수입체계를 일반 근로자와 비슷한 구조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퇴직수당을 많이 높일 경우 공무원의 퇴직 후 수입항목만 연금에서 퇴직금으로 바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또 퇴직금이 없는 자영업자가 내는 국민연금 보험료가 9%로 공무원(7%)보다 많아 직장인의 생애소득만을 토대로 공무원연금 개혁을 추진하면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도 있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은 “연금 개혁과정이 정부 내부에서만 은밀하게 진행되면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며 “공개적으로 공무원연금 재정상태를 계산하고 이를 토대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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