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우의원 2013년 조세소송 현황 공개
고액납세자, 로펌 동원 법리대결… 대형로펌, 전직 세무관료 앞세워
“국세청도 전문인력으로 대응해야”
세금이 과하게 부과됐다며 소송을 제기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납세자가 50억 원 이상의 세금을 돌려달라고 낸 ‘고액소송’에서 국세청이 절반 가까이 패소해 세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돌려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1억 원 미만 소액소송에서는 100건 중 8건만 패소했다. 이른바 ‘유전승소(有錢勝訴) 무전패소(無錢敗訴)’란 조세소송의 속설이 상당 부분 일리가 있다는 뜻이다.
25일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소송가액별 국세청 행정소송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소송가액(통상 추징세액을 의미) 50억 원 이상인 소송에서 국세청이 패소한 비율은 45.6%로 1억 원 미만 소송 패소율(7.8%)의 6배 수준이었다. 1억 원 미만 소송 694건 중 국세청은 640건에서 승소했지만 50억 원 이상 57건 중에서는 31건에서만 이겼다.
게다가 국세청의 고액소송 패소율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50억 원 이상 소송 패소율은 2010년 34.2%였다가 2011년 36.5%로 높아진 뒤 2012년(30.8%)에 다소 감소했다가 지난해 크게 상승했다. 반면 1억 원 미만 소송 패소율은 △2010년 7.2% △2012년 7.5%로 매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국세청 측은 “소송가액이 올라가면 세법상 쟁점이 복잡해져 소송과정에서 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법원은 최근 고액납세자가 제기한 세금소송에서 잇따라 원고승소 판결을 내리고 있다. 올 7월 서울행정법원은 동부하이텍이 778억 원의 법인세 부과가 부당하다며 국세청을 상대로 낸 세금부과 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2007년 법인 합병과정에서 발생한 자산평가 이익(2932억 원)에 국세청이 2010년 개정세법을 적용해 세금을 거둔 것이 부당하다고 본 것이다.
일각에서는 대형 법무법인(로펌)과 전문변호사를 대거 동원하는 고액 납세자에게 국세청이 지나치게 안일하게 대응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 로펌들은 전직 세무관료들을 대거 영입해 조세소송에 대응하고 있다. 올 6월 기준 김앤장, 태평양 등 국내 10대 로펌에서 일하는 경제부처 출신 전직 관료는 177명이었으며 이 중 국세청 출신이 68명이었다.
한 세무법인 관계자는 “소액소송의 경우 대부분 개인이 제기하기 때문에 정부를 상대로 이기기 힘들 것으로 생각해 1심에서 지면 항소를 포기한다”면서 “반면 고액소송은 법인이나 재력가라 끝까지 가기 때문에 승소율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돌려받을 세금에 비해 소송비용이 크기 때문에 소액소송 당사자들은 억울해도 소 자체를 제기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이만우 의원은 “고액 납세자들이 소송을 통해 빠져나가는 사례가 계속 늘어나는 것은 공정한 과세가 실현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라며 “국세청이 고액불복 사건에 전문 인력을 배치해 소송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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