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개개인의 특권은 낮추되 국회의 권한은 강화해야 ‘제왕적 대통령제’의 행정부 독주를 견제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전문가들은 국회의 전문성을 강화해 행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을 실질적으로 견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국회에는 입법조사처, 예산정책처, 국회도서관, 법제실 같은 입법 지원 기구가 있다. 그러나 입법 활동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 정책 어젠다를 세울 수 있는 중장기적 싱크탱크가 아니라는 뜻이다. 따라서 입법 역량, 예산심사권 강화에는 별다른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의회는 1970년대 초반 ‘워터게이트 사건’(공화당 출신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재임 시절 민주당 사무실에 도청장치를 한 사건)을 계기로 행정부를 더욱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의회예산처(CBO)가 설립됐다. 의회예산처 설립 이전부터 있었던 의회조사국(CRS), 연방회계감사원(GAO)과 함께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의회에 제공한다.
이들과 비교하면 우리의 입법조사처, 예산정책처의 역량은 미미하다. 입법조사처, 예산정책처에 올해 편성된 예산은 275억 원이고, 소속된 인원은 2013년 말 현재 243명이다. CBO가 480억 원(4680만 달러·2011년)의 예산에 235명, CRS는 1100억 원(1억680만 달러·2012년)의 예산에 600여 명이 일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열악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과의 국력이나 국가예산 등을 감안하면 그리 나쁜 편도 아니다. 결국 입법조사처나 예산정책처에서 일하는 인원이 얼마나 전문성을 갖고 있느냐의 문제인 셈이다.
현재 특별위원회로 돼 있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전임 상임위원회로 돌려 예산 편성 과정에서부터 심도 있는 심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정부의 예산심사를 강화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의원들 스스로 의정활동에 열중하도록 하는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유성진 이화여대 교수(정치학)는 “국회의원 스스로 전문성을 갖춰 국회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이른바 ‘관피아(관료+마피아)’를 억제하는 최선의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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