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월 국민에게 충격과 비통함을 안겨준 ‘송파 세 모녀 사건’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핵심 경제법안을 8월 임시국회 회기 중 처리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서민생활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는 법안 통과가 지연되면 생활고로 송파 세 모녀가 자살을 선택한 것과 유사한 일이 언제라도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최 부총리는 이달 초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시급한 경제 법안이 최소 30건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9건만 추렸다. 대부분 서민생활과 연계된 법안으로 체감경기를 살리기 위해 이것만이라도 이달 중 시급히 처리해 달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로 정부 안에서는 민생 관련 법안이 계속 국회에 발목을 잡힐 경우 소비, 투자, 고용이 동시에 위축돼 한국도 일본처럼 장기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9개 법안 중 기초생활보장법, 국가재정법, 조세특례제한법 등 6개 법안은 서민, 중소기업과 직접 관련된 정책이다. 대표적으로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은 소득이 최저생계비를 넘으면 정부 지원이 모두 끊겨 복지 사각지대가 양산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주거 △의료 △교육 등 지원이 필요한 분야별로 재정을 투입하는 체계가 도입된다. 하지만 법 통과가 지체되면 이미 편성된 예산 2300억 원을 집행할 수 없게 돼 사각지대에 놓인 서민 40만 명이 혜택을 받지 못한다.
국가재정법은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상인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월세의 10%에 대해 세액공제를 해주는 내용이 핵심이다.
나머지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 관광진흥법, 클라우드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 개정안 등 3개 법안은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제도다. 민생에 직접 영향을 주진 않지만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손톱 밑 가시’다. 예를 들어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은 2012년 7월 발의됐지만 2년간 법안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토론이 이뤄지지 않은 채 표류해 왔다.
경제 전문가들은 체감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제조업이 성장의 한계에 부닥친 상황에서 서민생활과 서비스업을 지원하는 법안이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고 본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중요 경제법안 가운데 상당수가 이미 1년 이상 국회에서 논의조차 안 됐다”며 “경제를 살릴 ‘골든타임’을 흘려보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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