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위 ‘불타는 자동차’ 하루평균 15대… 착한운전으로 막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8일 03시 00분


[시동 꺼! 반칙운전 시즌2]
누전 등 전기장치 이상-엔진과열 화재 56% 차지

26일 오후 2시 56분 서울 용산구 강변북로 보광고가 밑을 달리던 24t 트럭에서 연기가 치솟았다. 운전자 A 씨(55) 말고도 연기에 놀란 옆과 뒤 차로 운전자들이 급하게 차선 변경을 시도했다. 접촉사고는 없었지만 여기저기서 울리는 경적과 사고 일보 직전의 아찔한 상황이 계속됐다. A 씨는 오른쪽 앞바퀴에 불이 붙은 걸 알고 가까스로 갓길에 차를 대는 데까지는 성공했고 119에 신고했지만 눈앞에서 자식 같은 트럭이 불길에 휩싸이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갖고 있었다면 금방 불을 꺼주었을 차량 소화기가 그의 트럭에는 없었다.

○ 오늘도 15대 불에 타

멀쩡하게 잘 달리다가 혹은 주차 도중 불에 타는 자동차는 얼마나 될까. 최근 3년간 통계에 따르면 2011년 5595건, 2012년 5510건, 2013년 5250건의 차량 화재가 발생했다. 하루 평균 15대가 불에 타는 셈이다. 지난해 화재로 사망 22명, 부상 108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재산피해는 259억8100여만 원에 달했다.

‘자동차 2000만 대 시대’가 안전을 담보하려면 차량화재처럼 ‘별것 아닌 것’ 정도로 취급되는 부분까지 운전자들이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A 씨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운전자가 ‘내 차에 불이 날 것’이라고는 좀처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사고가 그렇듯 차량화재는 이런 빈틈을 노린다.

3년 치 통계를 분석해보니 화재 원인으로는 엔진 과열처럼 기계적 결함에 의한 화재가 33.3%로 가장 많았다. 누전 등 전기장치 이상에 의한 화재가 22.6%로 그 뒤를 이었다. 요즘 자동차는 전기장치가 절반 이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제어장치가 전기장치에 의해 작동되고 내비게이션과 음향기기, 선루프, 접이식 미러, 통신장치 그리고 블랙박스나 교통요금처리기처럼 외부 장치까지 수많은 전기장치가 달려 있다. 이 장치를 연결하는 수많은 부분 중 어느 한 곳에서 누전이 발생하면 바로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 소화기 하나면 OK

자동차는 불이 잘 붙는 연료를 사용하고 있어 일단 불이 붙으면 큰 피해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온갖 전기장치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최근에는 여름철 고온 현상이 차량 열기를 더 높여 화재 위험도를 올려놓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위험 속에서도 운전자의 사소한 주의와 준비가 있으면 이런 위험을 해결할 수 있다. 가장 큰 요소는 차량용 소화기다.

자동차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제57조에 따르면 승합차와 화물차, 위험물 등 운송차나 승차 정원 7인 이상 승용차에 차량 소화기를 의무적으로 비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다수를 차지하는 5인승 승용차에는 소화기 비치가 의무 규정이 아니어서 화재 대비 효과가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1만∼2만 원대의 소화기를 구비해 수천만 원의 재산피해를 막을 수 있다며 소화기 의무 비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새는 ‘한 방울’ 잡아야

가느다란 전선 한 가닥의 누전이 불을 내듯, 기계적으로는 차량 내에서 새는 각종 오일 ‘한 방울’이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오일이 새 직접 화재를 일으키거나 전기장치에 떨어져 누전이나 스파크를 일으키기도 한다. 평소 주행 시에는 엔진오일 경고등이 깜박이면서 운전자에게 위험을 알린다. 하지만 이외의 새는 오일을 일반 운전자가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정기적으로 엔진오일을 교체할 때 새는 오일은 없는지 점검받는 게 확실한 방법이다.

뜨거워진 엔진을 식히는 냉각수도 주요 점검 포인트다.

냉각수가 오래되면 온도조절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과부하가 발생해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박상영 교통안전공단 검사기준처 차장은 “엔진을 식혀주는 냉각수가 부족하거나 불순물이 섞여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는 바람에 화재로 이어진 사례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운전자는 평소 이 냉각수가 적정량을 유지할 수 있도록 수시로 확인해야 하며 주기에 맞춰 교체해줘야 한다. 특히 겨울철에는 물만 채우면 얼기 쉬우므로 물과 부동액을 50 대 50의 비율로 유지해야 한다.

○ 차량 내 ‘폭발물’을 없애자

정전기는 경우에 따라 화재를 불러오는 ‘폭발물’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습도가 낮아지면 정전기 발생 가능성은 더 커진다. 특히 셀프 주유소를 이용할 때 정전기 발생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정전기가 발생하며 생긴 스파크가 주유 시 휘발유 가스와 만나 폭발이 발생할 수도 있다. 셀프 주유기에 있는 정전기 방지 패드에 미리 손을 대면 정전기를 제거할 수 있다.

고열에 폭발할 수 있는 라이터나 배터리도 차량 내 ‘폭발물’로 분류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무더운 여름철엔 폭염으로 차량 실내 온도가 80도까지 상승하기도 한다. 일반 라이터는 안전인증기준에 따라 65도에서 4시간 견디도록 설계돼 있다. 65도 이상의 온도에 장기간 노출되면 폭발 위험성이 있다. 휴대전화 배터리도 고온에 장기간 노출되면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반칙우전#불타는 자동차#착한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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