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춤을 잘 춰요. 펜싱 경기장에 데려온 적이 있는데 너무 신나하더라고요. 그래서 금메달을 꼭 따야겠어요.”
한국 펜싱의 간판 여자 플뢰레의 남현희(33·성남시청)는 27일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펜싱 국가대표팀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16개월 된 딸 자랑에 한바탕 신이 났다. 남현희는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부터 도하, 광저우 대회까지 금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4번째 아시아경기를 맞는 남현희는 출산 후유증으로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그 대신 경험과 감각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있다. 가족이 보내준 딸의 영상을 보면서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얻었다. 스텝이나 공격 기술 속도가 과거 전성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마음이 급하지 않은 이유다.
지난달 열린 아시아선수권에서 남녀 개인과 단체전에 걸린 금메달 12개 중 9개를 휩쓴 펜싱 대표팀 선수들의 과제는 집중력과 평정심 유지다. 금메달의 ‘적’은 상대가 아닌 내부에 있다는 것이다. 심판도 내 편이 될 수 없다고 인정하기로 했다.
런던 올림픽 여자 사브르 금메달리스트인 김지연(26·익산시청)은 “부담보다는 즐기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며 의지를 다졌다. 남자 사브르의 구본길(25·국민체육진흥공단)도 “뒷심에 필요한 체력을 보강했기 때문에 어떤 절박한 상황이 오든 집중력으로 이겨낼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남자 에페의 정진선(31·화성시청)과 박경두(31·해남군청)는 금메달을 놓고 서로 만나는 대결을 ‘최고의 시나리오’로 꼽고 결승까지 집중하기로 손가락을 걸었다. 런던 올림픽에서 어이없는 판정으로 눈물을 흘렸던 여자 에페의 신아람(28·계룡시청)도 ‘1초의 눈물’을 지워낼 회심의 찌르기를 기대하라고 말했다.
펜싱 대표팀은 다음 달 20일 여자 사브르와 남자 에페 개인전을 시작으로 6일간 펜싱에 걸린 금메달 12개에 도전한다. 4년 전 광저우 대회에서 땄던 금메달 7개가 1차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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