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개인배드민턴선수권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에는 평양의대 출신의 의무 트레이너가 있다. 북한에 살던 화교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왕지금 씨(57)가 그 주인공이다. 북한에서 내과 전문의로 구역병원에서 일하던 왕 씨는 1980년 베이징 유학을 떠난 뒤 중국인 남편을 만나 결혼하면서 중국으로 귀화했다. 트레이너로 중국 수영 대표팀을 거쳐 지난해까지 14년 동안 중국 배드민턴 대표팀에 몸담다 올해 초 한국 대표팀에 합류했다. 28일 경기장인 코펜하겐의 발레루프 슈퍼 아레나에서 만난 왕 씨는 경기를 마친 선수들의 컨디션을 점검하고 필요한 처치를 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었다. “선수들이 통증을 느끼는 부위가 있으면 침술과 안마 등으로 시술을 한다. 선수들이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열성적으로 치료하고 있다.”
왕 씨는 동서양을 넘나드는 의술을 펼칠 뿐 아니라 북한 사투리를 섞어가며 세계 최강인 중국 배드민턴의 비결을 한국 선수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중국은 대표팀 1, 2진을 합치면 100명이나 돼 치열한 내부 경쟁으로 실력을 키운다. 선수층이 얇은 한국은 대표팀에 들어오면 안주하는 것 같다. 한국 선수들이 정신력을 강화하도록 돕고 있다.” 중국 선수들은 철저한 비디오 분석으로 패인을 분석하고, 개인별로 특화된 근력 훈련을 통해 장점 극대화와 단점 보완에 집중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이득춘 대표팀 감독은 “중국 선수들의 상세한 정보뿐 아니라 훈련 방식까지 전해주고 있어 도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용대는 “배드민턴 전문이시라 어디가 불편하다고 하면 족집게 처방을 내려준다”며 고마워했다. 인천 아시아경기를 앞둔 한국대표팀에 왕 씨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왕 씨는 “한국이 아시아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낸다면 내게도 영광스러운 일이다. 선수들을 내 자식처럼 여긴다”고 말했다
수영 선수 출신으로 중국 훈련국에서 일하는 남편, CCTV 계열사 직원인 딸과 떨어져 홀로 한국에 온 왕 씨는 “중국에서 즐겨 보던 한국 TV 드라마를 실컷 보며 외로움을 잊고 산다”며 웃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