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업-엔지니어링 합병 결의… 25조 초대형 플랜트社탄생
육상-해상 플랜트 시너지 극대화… 토털 솔루션 통해 초일류 경쟁력
전자 슬림화-스포츠단 체질개선 등… 全 계열사 효율성 증대 박차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1일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결의했다. 두 회사는 이날 ‘육상과 해상을 아우르는 초일류 종합플랜트 회사’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이번 합병으로 매출 약 25조 원 규모(지난해 기준)인 종합플랜트 기업이 생기게 됐다.
이번 합병은 당초 삼성그룹이 계획했던 일정보다도 반 년가량 빠르게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이 최근 이어온 계열사 간 사업재편 작업이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초고효율화’ 주문에 맞춰 더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예정보다 대폭 앞당겨진 합병
당초 삼성그룹은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간 합병을 준비는 하되 적당한 시점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두 회사는 수주업이라는 점에서 제조업 기반인 다른 계열사들과는 차별화된다”며 “이제 수주도 ‘토털 솔루션’ 형태로 진행하지 않으면 중국 업체들에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다는 우려에 내부적으로 합병 필요성은 충분히 공유돼 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이후 삼성그룹이 계열사 사업 재편을 발표할 때마다 증권가를 중심으로 두 회사의 합병 가능성이 강력하게 제기돼 왔던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삼성그룹에서 최종 결정을 머뭇거렸던 이유는 두 계열사가 모두 최근 실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칫 서둘렀다가는 오히려 역효과가 나올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그룹은 삼성SDS와 제일모직(옛 에버랜드) 상장에 ‘올인’하는 분위기였다”며 “해당 계열사와 미래전략실 전략2팀 주요 간부들조차 모르게 합병이 조용히 진행된 것으로 볼 때 이 부회장 등 최고경영진의 특별 지시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합병을 통해 플랜트 분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두 회사는 육상과 해상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같은 플랜트를 다루는 만큼 설계 구매 제작에 이르는 과정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오일 메이저를 비롯한 발주 업체에 육상과 해양플랜트를 동시에 만들어주는 토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다른 계열사들도 변화 잰걸음
삼성전자는 1일부로 인사를 단행했다. 비상경영 차원에서 본사 경영지원실 소속 인력의 15%(약 150∼200명)를 경기 용인시 기흥과 수원시 등 사업장으로 내려 보낸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모두가 원하는 곳으로 갈 수는 없지만 최대한 인사 대상자들이 적어낸 근무 희망 지역 및 업무 지망을 사업부별 인사 수요에 맞춰 배치했다”며 “경영지원과 인사, 재무, 홍보 등 본사 인력을 현장 영업과 마케팅, 생산관리 부문으로 내려 보내 현장 중심의 경영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본사 조직이 ‘슬림’해지면 그만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데다 일부 인위적인 구조조정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제일기획 역시 1일자로 삼성전자 남자 농구단과 삼성생명 여자 농구단을 각각 인수했다. 올해 4월 삼성전자로부터 축구단을 인수한 데 이어 삼성그룹 계열사 산하 스포츠 구단이 잇달아 제일기획 산하로 재편된 것 역시 사업 효율성을 강조한 이 부회장의 지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스포츠단을 단순한 사회공헌성 사업으로 유지할 것이 아니라 전문적인 스포츠 마케팅 노하우를 갖춘 제일기획을 통해 다양한 이벤트와 기획으로 돈을 버는 곳으로 체질 개선을 하라는 지시다.
삼성경제연구소도 경영 효율화라는 목표 아래 지난해 10월 이후 외부로 보고서를 내놓지 않고 계열사 간 B2B 형태의 그룹 내부 거래에만 주력하고 있다. 주로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에서 의뢰하는 특정 시장 분석 및 전망에 대한 보고서를 만든다. 이 보고서는 외부에는 공개되지 않는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외부로 발표한 보고서가 엉뚱하게 오해를 사는 일도 있었다”며 “계열사 내부 영업 기밀 보호 차원에서 삼성경제연구소의 업무 성격 자체를 바꿨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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