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 부동산 대책]
주차장 부족-층간소음 등 불편하면… 안전상 문제 없어도 재건축 허용
지자체 인허가 권한 줄어들어… 정부와 마찰 빚을 가능성 높아
국토교통부가 1일 ‘9·1 부동산대책’을 통해 내놓은 재건축, 재개발 규제 완화 방안은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것이다. 신도시 개발을 중단해 수도권의 신규주택 공급을 줄이는 한편으로 도심의 재건축, 재개발을 촉진함으로써 부동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 재건축을 시장 회복의 견인차로 활용
이번에 정부는 정치적 이유 등으로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하던 ‘재건축, 재개발 촉진’을 부동산 시장 회복의 카드로 꺼내들었다. 재건축 연한을 대폭 단축하고,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해 주민들이 원할 경우 재건축을 쉽게 추진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것이다.
현행법상 재건축 연한은 준공 후 20년 이상 주택에 대해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따라 정해진다. 서울의 경우 1981년 이후 지은 아파트에 40년이 적용됐다. 하지만 시설이 낡아도 연한에 묶이면 재건축을 시도조차 할 수 없어 이 기한을 단축해 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재건축 연한을 30년으로 10년 단축했다. 새 기준이 적용되면 1987년 준공된 서울지역 아파트는 2017년에 안전진단을 신청할 수 있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재건축 시장이 먼저 움직이면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가 고조되고, 이런 분위기가 기존 주택 아파트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1987∼1991년 지은 강남권 단지 수혜
부동산업계에서는 재건축 연한 단축으로 1987년부터 지하주차장 설치가 의무화된 1991년까지 지어진 아파트의 재건축 추진이 쉬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1986년 이전에 준공된 아파트는 이미 재건축이 진행 중이거나 안전 진단을 통과해 이번 규제 완화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1987∼1991년에 준공된 아파트는 서울에만 24만8000채다. 상계동과 목동 신시가지에 각각 4만여 채, 2만6000여 채가 집중돼 있고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3구에 3만7000채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상계동 주공아파트, 압구정동 미성2차, 서초동 삼풍아파트,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 등이 수혜 단지로 꼽힌다.
부동산업계는 이번 대책의 효과가 가장 먼저 나타날 지역으로 서울 강남권을 꼽는다. 압구정동과 잠원동 등에서는 단지별로 준공 시기가 서로 달라 300∼500채의 소규모 단지별로 재건축을 추진해왔다. 이번 대책으로 1980년대 초·중반에 지어진 아파트 단지들을 재건축 연한이 단축된 단지들과 묶어 통합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 넘어야 할 산도 많아
정부는 재건축, 재정비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토지 등 소유자의 과반수가 찬성할 경우 조합설립 인가 전에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도록 했다. 조합이 자금 조달을 빠르게 할 수 있도록 시공사 선정 시기를 앞당겨 준 것이다.
뉴타운 등 재정비 사업을 할 때 임대주택 의무건설 비율도 5%포인트씩 낮아진다.
지자체장이 과도하게 기부를 요구하지 못하도록 관련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재정비 등 주택사업 추진 시 지자체가 과도하게 기부를 요구해 사업 추진에 장애가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은 사업 인허가권을 가진 지자체의 권한을 축소하는 것이라 정부와 지자체 간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진희선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서민주거안정과 직결된 임대주택 축소는 신중해야 하고 재정비 사업은 투명성 시비가 있어 공공관리제가 후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공공관리제 개선, 청약통장 유형 단순화, 기부 합리화 등 일부 규제 완화 방안은 법을 고쳐야 가능한 것이어서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하는 절차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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