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 참석 여부가 불투명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은 1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의 체포동의안 국회 보고 등을 듣기 위해 등원(登院)을 결정했다. 하지만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는 더 가팔라지고 있다. 이날 시작된 9월 정기국회 100일의 대장정은 최악의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한 가닥 기대를 걸었던 새누리당과 유가족의 면담도 30여 분간의 치열한 설전(舌戰) 끝에 성과없이 결렬됐다. 4차 면담 일정을 잡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향후 정상적인 논의가 진행될지도 불투명할 만큼 냉랭한 분위기였다.
여야는 6월 24일 이후 69일 만에 본회의를 열었지만 의사일정과 관련해서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여야 원내대표 간에는 정국 정상화를 위한 어떠한 만남도 없었다. 사실상 여론 면피용으로 정기국회만 열어 놓은 채 정기국회 파행을 묵인했다는 비판론도 나온다.
○ 여당-유가족 30분간의 설전
“1, 2차 때와 똑같이 설득하려면 지금 당장 일어나겠다.”(김병권 세월호 가족대책위원장)
“특별검사라는 것이 가장 완벽한 수사권과 기소권 아니냐.”(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새누리당과 세월호 유가족 대표들의 세 번째 면담은 몇 차례 고성이 오가는 등 분위기가 냉랭했다.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와 세월호 유족 대표들은 이날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따라 구성될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문제 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특별검사 추천권을 통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지 않았느냐. 우리가 양보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참 답답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별검사 후보 추천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7명 중 여당 추천 2인에 대해 야당과 유가족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했기 때문에 야당과 유가족 측에 사실상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장해줬다는 논리.
김 위원장은 면담 결렬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새누리당이 언론 플레이를 하려고 했다”고도 했다.
비록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나는 쓸개를 빼놓은 사람”이라며 유가족이 원하면 언제든 다시 만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현재로선 네 번째 면담이 불투명해 보인다. 새정치연합이 재합의안 추인을 거부한 상황에서 유가족 대표들과의 면담을 통한 ‘순차적’ 여-야-유족의 3자 협의체 가동도 난항을 겪자 세월호 특별법 협상은 더 깊은 수렁에 빠진 모양새다.
○ 법안 처리 없이 야유만 난무한 본회의
이날 69일 만에 열린 국회 본회의장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7·30 재·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한 새정치연합 권은희 의원이 본회의장 연단에 올라 인사말에서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해 (진상조사위에) 독립적인 수사권을 보장하는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하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무슨 소리를 하느냐”며 야유를 보냈다.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도 “국회가 국민에게 걱정을 끼치는 이유 중 하나가 국회 선진화법, 소위 국회 식물화법 때문”이라고 언급하자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재산 신고나 똑바로 하라”고 비아냥댔다. 특히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민생경제 관련 법안을 빨리 통과시켜 달라”고 당부하자 한 야당 의원은 “국회에 계실 때는 뭘 하고 이제 와서 그러느냐”며 반박하기도 했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 체포동의안 보고와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 임명승인안, 정기국회 회기 결정 등 3개 안건만을 처리했다. 69일 만에 본회의를 겨우 열었지만 법안 처리는 단 한 건도 하지 않고 63분 만에 본회의를 끝내버린 것.
여야 대변인들의 ‘네 탓이오’ 공방도 여전했다.
한편 이날 선출된 박 국회 사무총장은 1960년 부산 출생으로 17대 국회의원과 이명박 정부 때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등을 지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