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메드] 풍수학자 김승호 “좋은 길을 걸으면 운명이 바뀐다”

  • 입력 2014년 9월 2일 11시 37분


풍수학자 김승호와의 청계천 산책
좋은 길을 걸으면 운명이 바뀐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풍수학자 초운 김승호 선생은 “명소를 산책하는 것으로도 운명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한다. 김승호 선생과 서울 청계천을 걸으며 풍수와 인간의 운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종로와 을지로를 관통하는 청계천
선선한 바람이 부는 오후, 얇은 빗방울을 떨구던 하늘은 어느새 맑게 개였다. 산책하기 좋은 날씨였다. 우리는 청계천을 느린 걸음으로 걸었다. 초운 김승호 선생은 종로구 관철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일과를 보낸다. 그가 사무실을 종로로 얻은 것은 모두 ‘청계천’ 때문이었다. 그는 청계천을 매일 보고 걷기 위해 종로에 터를 잡았다.

“서울 근방에 이만한 산책로도 없죠. 나는 건강과 운명이라는 두 가지 목적 때문에 청계천을 찾았어요. 수년 동안 이곳을 매일같이 걸었죠. 하루에 30분에서 1시간 정도는 청계천과 함께했는데 건강과 운명이 모두 좋아졌어요.”

그는 청계천이 풍수적으로 서울의 명당 제1호라고 말한다. 청계천 물은 땅에서 치솟아 맑게 고이고 천천히 흐른다. 게다가 도심의 중앙을 흐르기 때문에 세계적으로도 이런 곳은 드물고 귀하다는 것. 이 때문에 청계천에 오래 머물면 몸이 건강해지고 좋은 운명이 생겨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청계천의 구조를 보면 물길을 따라 양옆에 산책로가 있는데, 도로에서부터 상당히 깊게 내려가 있어요. 이것이 완만한 V자가 아니라 움푹 파인 U자 모양이거든요. 이는 청계천을 새로 단장할 때 축대를 높이 쌓았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청계천은 지면에서 깊게 가라앉아 별천지를 이뤘어요.”

이러한 위치와 모양은 전형적인 지택림(地澤臨)의 터로 깊게 안정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청계천의 북벽은 도로면에서 깎여 내려오는 도중 둑을 만나게 되어 있다. 이는 도로의 기운이 바로 청계천으로 쏟아지는 것이 아니라 한 번 쉰다는 뜻이다.

이로써 청계천 바깥 도로에 좋은 기운을 공급할 수 있다. 청계천은 스스로 아래쪽 깊은 데서 안정을 취하고 그 위의 도로에도 기운을 공급하는데, 둑이 그 힘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명당이 있어요. 서민들은 이런 곳을 소유하기 쉽지 않죠. 하지만 좋은 곳을 많이 알아두고 그곳을 자주 방문한다면 그 땅의 기운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어요. 인간의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 일들이 많지만, 천지 대자연의 힘을 이용해 극복할 수 있죠.”

그는 매일같이 산책하는 사람들에게 산책로를 연구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자신과 궁합이 맞는 땅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자신과 맞는 땅을 찾기 위해서는 이곳저곳을 많이 다녀봐야 한다.

‘그곳에만 가면 기분이 좋다’, ‘다시 또 오고 싶다’라는 등의 생각이 든다면 자신과 궁합이 맞는 땅이고 좋은 땅이다. 이에 반해 ‘그곳에만 가면 기분이 나쁘다’라는 생각이 들거나 싸움 등의 안 좋은 일들이 생기면 본인에게 맞지 않는 나쁜 땅이다.

운명을 결정하는 ‘터’
초당 김승호 선생은 한평생 머릿속에 ‘주역’만을 생각해왔다. 주역은 운명처럼 그가 평생을 공부해야 할 학문이었다. 그는 지난 46년간 ‘과학으로서의 주역’을 연구해 주역과학, 주역풍수라는 새로운 개념과 체계를 정립했다. 최근에는 많은 이들이 흥미롭게 여기고 궁금해하는 풍수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사는 곳이 운명이다>라는 책을 냈다.

“공자는 죽기 전에 이런 말을 했어요. ‘만약 몇 년의 시간을 더 준다면 주역을 마저 다 공부해서 큰 허물을 면할 텐데’라고 말이죠. 공자 같은 성인이 그렇게 주역을 이야기했다는 것에 더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주역 안에 모든 것이 다 들어 있을 테니, 그것을 찾기 위해 지금껏 외길을 걸었죠.”

날 때부터 사람의 팔자는 ‘타고난다’고 이야기한다. 운명을 거스를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는 ‘사는 곳’만 바꿔도 운명이 크게 달라진다고 이야기한다. 세상을 이루는 천지인(天地人) 중에서 하늘의 뜻을 받아들여 인간의 운명을 만드는 것이 바로 지(地)다. 그래서 우리가 사는 곳이 운명을 바꾸는 것이다.

“사람은 크게 세 가지로 운명이 나뉘어요. 바로 그 사람의 성격, 태어난 때(시간), 사는 곳이죠. 그중 사는 곳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쳐요. 어차피 성격과 태어난 시간은 바꾸기 어렵잖아요. 그러니까 인간이 바꿀 수 있는 것은 ‘사는 곳’인 거죠. 뭔가 일이 꼬이고 잘 안 풀리면 좋은 곳을 골라서 이사를 가면 돼요.”

그의 말에 따르면 집뿐만 아니라 방의 구조나 인테리어만 바꿔도 사람의 운명이 좋아진다. 집안에 물건은 없을수록 좋다. 좋은 기운을 얻을 방을 만들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버리는 것’이다.

필요 없는 물건들은 빨리 정리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길거리에서 독특하거나 예쁘다는 이유로 물건을 사거나 주어온다. 하지만 이렇게 물건을 쉽게 집에 들이다 보면 사람의 기운을 뺏을 수도 있다.

“사람은 주어진 자기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현실에 머무르지 않고 발전된 방향으로 계속 진화해야 하는데, 현실에 잡히면 운명이 바뀌지 않아요. 집안 분위기도 마찬가지예요. 지금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미리 살 필요는 없어요.”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명당이 있어요. 서민들은 이런 곳을 소유하기 쉽지 않죠. 하지만 좋은 곳을 많이 알아두고 그곳을 자주 방문한다면 그 땅의 기운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어요”


현대인과 풍수지리
현대인들은 과거에 비해 굉장히 바쁘고 분주한 삶을 살고 있다. 이는 풍수지리학적으로 봤을 때, 양의 기운이 넘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현대인에게는 음의 기운이 필요하다. 사람을 양으로 봤을 때, 땅과 집은 음이라고 할 수 있다. 좋은 땅과 집을 선택해 넘치게 발산되는 양을 가라앉혀야 하는 것이다.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현대인은 늘 괴롭고 고독하잖아요. 너무 양으로 들떠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쉴 곳을 마련해야 해요. 이런 현대인에게 풍수는 꼭 필요하다고 할 수 있죠.”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목’이 좋은 곳은 어디일까? 그는 목은 항상 바뀔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목이라고 하는 것은 사람 사는 곳하고는 뜻이 다르다. 사람이 사는 집은 음이고 목은 양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손꼽을만한 곳은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포스코 사거리. 이곳이 현재 우리나라에서 기운이 가장 강한 곳이란다.

“한때는 남대문시장의 기운이 가장 강했어요. 그런데 쇠퇴하고 있죠. 지금은 인위적인 건물에 의해 남대문 시장이 죽어가고 있어요. 포스코 사거리 일대는 점점 기운이 더 세질 거예요. 근처 땅값도 계속해서 치솟을 거고. 현대 문명이라는 것이 참 대단해요. 고층 건물을 하나 세우는 것은 산을 하나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그는 각종 병에 시달리는 현대인을 위한 집안 인테리어법으로 집안 천장을 바꾸라고 조언한다. 집 안을 바꿀 수 있는 네 가지 요소는 천장, 문, 벽, 바닥이 있는데 그중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천장을 바꾸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한다.

“천장이 편평하면 좋지 않아요. 입체적으로 바꿀 방법을 생각해야 하는데, 평수가 작은 곳이라면 천장에 무늬목만 둘러놔도 방에 온기가 꽉 차요. 병이 난다는 것은 양이 들떠서 새 나간다는 뜻이니까 새는 틈을 막아줘야죠. 가장 안 좋은 집은 현관문을 열자마자 도로가 보이는 곳, 그리고 문을 열자마자 방이 보이는 구조에요.”

원룸에 살고 있다면 벽에 예쁜 그림을 걸어 두거나 파티션을 이용해 침대를 가려주는 것도 좋다. 더 간편한 방법으로 차가운 형광등을 뜯어내고 인사동 같은 곳에서 팔고 있는 동그랗고 예쁜 조명을 달아두면 훨씬 기운이 좋아진다고.

“나는 늘 수련하는 마음으로 살아요. 마음의 평정을 가지려고 노력하죠. 마음만 평화롭다면 모든 병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요. 그리고 산책과 태극권으로 심신을 단련하죠. 남자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여자들은 화를 안 내는 것이 자신에게 도움이 돼요. 이 세상에 화나게 만드는 사람은 없어요. 본인이 화가 나는 거지. 아무리 화나게 해도 화 안 내면 돼요. 화를 내지 않으면 운명이 훨씬 더 좋아져요. 화라는 것이 주역에서는 ‘나아가지 못함’이예요. 자기 운명을 나아가지 못함으로 고착시키는 거죠.”

결국, 우리의 인생은 마음먹기에 달린 듯하다. 좋은 마음으로 좋은 공간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기운을 나눈다면, 우리의 운명도 황금궤도를 돌 수 있지 않을까?

한편, 초당 김승호 선생은 앞으로도 계속 주역에 관련된 책을 집필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때가 되면 지금까지 다녀본 곳 중 가장 살기 좋은 땅에 가서 남은 생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기사·사진 제공 : 엠미디어(M미디어 www.egihu.com) 김효정 기자(kss@egihu.com), 권오경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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