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의 고충을 소재로 삼은 KBS 개그콘서트 ‘렛잇비’ 코너의 한 대목이다. 부장님은 부하직원에게 “재밌게 놀다 오라”며 통이 큰 척하지만 사실 사원들을 ‘간 보기’ 위한 말을 한 것뿐이다. 이 방송을 본 전국의 사원들은 ‘웃프고’(‘웃기면서도 슬프다’는 온라인 언어), 부장님들은 뜨끔했을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9월 25일부터 10월 5일까지 11일 동안 ‘가을 관광주간’을 시행한다고 2일 발표했다. 문체부와 제휴를 맺은 전국 3700여 개 기업과 숙박업소 등은 이 기간에 대대적 할인행사에 들어간다. 전국적인 ‘관광세일’을 실시해 연중 상시 휴가문화를 정착하고 내수 활성화를 꾀하자는 의도다. 그러나 직장인들은 여름휴가를 다녀온 지 한 달 만에 또 가을휴가를 가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관광주간의 주관 부서인 문체부에서조차 “김종덕 장관은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직원들은 관광주간에 지방출장이 있어서” 가을휴가를 못 간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부가 휴가 장려 공문을 보내 관광주간에 동참시키겠다는 일선 공무원들 역시 “여름휴가 5일 붙여 쓰기도 눈치 보이는데 가을휴가는 더 쉽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더군다나 이번 관광주간은 중고교의 2학기 중간고사 기간과 겹친다. 시험을 보는 자녀가 있는 가정이 비용이 적게 든다는 이유로 휴가를 떠날 수 있을까.
문체부는 각 부처와 공공기관의 휴가 사용을 장려하고, 기업체에는 협력을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의무적으로 휴가를 보내는 조직에 인센티브를 준다거나 하는 구체적 대안은 없는 상황이다. 각 부처 장차관과 공공기관장의 솔선수범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올해 처음 도입된 관광주간은 5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5월 관광주간은 세월호 참사로 사실상 무산된 점을 고려하면 이번이 첫 시도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직장인들이 처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봉급생활자들에겐 이름뿐인 관광주간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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