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 정부 비판하던 때와 달라… 쓴소리에도 과감히 귀 기울이는
진정한 소통의 아량 보여줘야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를 놓고 최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일대가 몸살을 앓고 있다. 자녀가 자사고에 다니는 학부모 수백 명이 매일 집회를 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사고 폐지에 반대하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대화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조 교육감의 반응은 차가웠다. 자사고 평가 결과 발표 전날인 3일 학부모들이 비를 맞으며 “제발 만나 달라”고 부탁했지만 교육감은 비서실을 통해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만나겠다”고 전했다. 이에 답답한 학부모들이 교육청 진입을 시도하자 교육청은 문 앞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이를 막았다.
발표가 끝난 4일에도 조 교육감과 학부모들의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한 학부모는 “백번 양보해 당장 입장을 바꿀 순 없다 해도 마주 앉아 이야기는 해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우리에게는 아들딸이 다니는 학교가 문을 닫을 수도 있는 절박한 문제”라고 말했다. 다른 학부모는 “결과를 다 정해서 발표 끝난 뒤 만난다는 건 대화가 아니라 통보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조 교육감의 이런 태도는 자신이 과거에 했던 말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는 후보 시절인 5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가리켜 “불통”이라고 비판하며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 교육감은 “박근혜 정부는 일종의 신권위주의적 성격이 있다. 불통정부로 불리며 국민과의 소통이 적고, 권위주의적 성격이 매우 강하다”고 비판했다. 이랬던 조 교육감이 지금은 자사고 학부모와 교장단, 학생들의 의견에는 귀를 닫은 채 대화를 하지 않고 있다.
시교육청 일각에서는 “안 좋은 기억 때문일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조 교육감이 취임한 지 한 달째인 7월 30일, 자사고 학부모들을 만난 적이 있다. 대화 도중 학부모들이 울며 항의하는 통에 조 교육감은 홍역을 치렀다. 그날 이후 조 교육감은 더이상 학부모들을 만나지 않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임자 징계와 자사고 폐지 문제로 교육부와 대립하고 있는 조 교육감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문제 해결을 위해 박 대통령을 만나 대화하고 싶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을 만나 면담하고 싶다”고 말했다. 4일 자사고 평가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그는 “교육부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전교조 문제에 대해 교육부는 조 교육감의 징계가 늦어지자 직접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교육부는 아예 법을 바꿔 교육감 권한을 박탈할 방침이다. 게다가 자사고와의 법정 소송이 시작되면 4년인 교육감 임기를 소송으로 허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 교육감으로서는 교육부와의 대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조 교육감이 박 대통령이나 황 장관을 만나 대화로 문제를 풀고 싶은 마음은 진심일 것이다. 그렇다면 자사고 학부모들이 조 교육감을 만나 대화하고 싶은 마음도 진심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조 교육감의 아량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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