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도피중 챙긴 1∼10번 가방에 담겨있는 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6일 03시 00분


[추석 밥상, 얘기 나눠요/유병언 재산 비밀 풀리나]
신도 충성… 1,9번 가방에 선물받은 만년필-산삼
自社 영광… 3번엔 제작 참여한 올림픽 기념주화
아픈 과거… 8번엔 오대양사건 재수사 관련 서류

5일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리 송치재터널 인근 별장 ‘숲속의 추억’. 앞뒤 출입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고 고요한 적막이 흘렀다. 도로변 산기슭의 외딴 곳에 있는 숲속의 추억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사망)의 마지막 은신처로 밝혀지면서 국민 상당수가 한 번씩은 들어 본 ‘명소 아닌 명소’가 됐다.

이곳의 비밀공간에서는 현금 뭉치가 담긴 가방이 발견되면서 더욱 이목을 끌었다. 이후 검찰은 모두 10개의 가방을 찾아냈다. 이들 가방에는 온갖 물건이 들어 있었다. 88올림픽 기념주화부터 고급 만년필, 황금밤송이, 미니 바이올린 등 ‘도망가기 바쁜 와중에 왜 챙겼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물건도 많았다.

1, 9번 가방에는 가지각색의 만년필과 넥타이핀, 산삼 등 신도들로부터 받은 선물이 들어 있었다. 구원파 이태종 대변인은 “유 전 회장은 신도들로부터 받은 선물을 버리지 못하는 성격이라 도피 가방에도 챙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3, 10번 가방에서 나온 장 세척용 호스와 88올림픽 기념주화 등은 유 전 회장과 그 계열사가 개발에 참여한 물건들이라고 한다. 1980년대 유 전 회장이 운영한 삼우트레이딩은 88올림픽 기념품 제작 사업에 참여했는데, 기념주화도 그때 제작됐다는 것.

8번 가방에서 나온 1991년 오대양 사건 재수사 관련 서류에는 유 전 회장의 아픈 과거가 담겨 있다고 한다. 유 전 회장은 당시 사기죄로 4년간 복역했던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 집무실에 관련 서류를 보관하고 있었다. 세월호 사고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과거 사건까지 검찰이 들춰낼 것을 우려해 이들 서류도 도피 품목에 포함시켰다.

2, 4, 5, 6번 가방에서 발견된 현금 25억 원은 유 전 회장이 평소 토지를 매입하기 위해 금수원에 보관하고 있던 돈이라고 한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도피 중 은신처를 매입하거나 밀항할 것에 대비해 거액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변종국 bjk@donga.com / 순천=이형주 기자

[유병언 전 회장 및 기복침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문]
#오대양사건#유병언#만년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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