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6사단 장병 1만2000여 명은 올 추석에 특별한 위문품을 받았다. ‘통일약과’라는 이름의 간식 10개가 들어 있는 상자가 전 장병에게 하나씩 전달됐다. 통일약과는 전통약과와 달리 파이처럼 파삭하고 달콤해 신세대 장병의 입맛에 잘 맞았다. 장병들이 상자에 적힌 ‘대한민국을 부탁합니다’라는 문구를 보며 약과를 보낸 사람들의 뜻을 헤아려 보았다면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통일약과는 탈북여성 1호 박사인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 원장의 작품이다.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그는 2008년 북한의 전통 음식인 통일약과, 조선된장, 평안도 찹쌀순대, 함경도 감자만두 등을 만드는 사업을 시작했다. 통일약과는 임금에게 진상되던 전통약과의 한 종류인 개성약과를 재현한 것이다. 이 원장은 지난해 설날부터 국군 장병들에게 통일약과 보내기 운동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백령도와 연평도의 해병대와 육군 5사단에 통일약과를 선물했다.
▷6사단에 보낸 약과 12만 개 만들기는 10여 명의 수작업으로 한 달이 걸렸다. 연구원 직원들도 참여했지만 주로 탈북자 출신 대학생들이 방학 동안 반죽하고, 파삭해지도록 여러 번 밀대로 밀고, 튀겨냈다. 이 원장은 “최근 계속되는 병영 사건으로 상처를 받고 사기가 떨어진 젊은 장병들에게 전달할 위문품이어서 탈북 대학생들이 특히 정성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경비는 나라사랑후원회 삼흥콜렉션 남인천방송 등이 보내준 후원금으로 어렵게 충당했다.
▷중부 전선에 위치한 육군 6사단도 남경필 경기도지사 아들의 폭행 및 성추행 사건으로 병영 위기를 겪은 부대다. 병사들이 통일약과를 먹으면서 “현재 군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약과’”라며 각오를 다졌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 원장은 대기업 20여 곳에 지원을 호소하는 편지를 보냈지만 단 한 군데서도 응답이 오지 않았다며 서운해했다. 경기가 나쁘다지만 어려움에 빠진 장병들을 격려해야 한다는 요란한 세론과는 딴판이다. 내년 추석에는 기업들이 국회에 쓰는 신경의 10분의 1만이라도 장병들의 사기를 위해 써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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