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11일 국민공감혁신위원장(비상대책위원장) 자리에 외부 인사를 영입하겠다고 밝혔다. 위원장에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서 비상대책위원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가 내정됐다. 여야 비대위를 넘나드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 교수는 이날 저녁 경기 광주 자택 앞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단독으로 만나 “100% 찬성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80% 이상 동의해줘야 들어갈 수 있지 않겠느냐”며 “반발이 심한 것을 안다. 그 분위기가 풀리지 않으면 들어가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당내 반발이 심하면 비대위원장직을 거부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 이상돈 “박근혜 정권에 실망했다”
이 교수는 이날 귀가 직전 박 원내대표와 만났다고 말했다. 자신을 반대하는 의원들의 연판장 소식을 전해 들었다고 했다. 이어 기자에게 “내가 지금 무슨 욕심이 있나. 내가 박근혜 비대위 체제에 들어가서 친이(친이명박)계와 그렇게 싸웠는데 또 민주당 들어가서 친노(친노무현), 강경파들과 싸워?” 라고 했다.
―박 원내대표와 만나 무슨 얘기를 했나.
“원칙론을 얘기했다. 내가 맡는다, 안 맡는다 얘기할 게 아니다. 공은 이제 박영선에게 넘어간 거다.”
―김종인(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추천했나.
“아니다. 내가 박영선과 연락을 하고 지냈다. 박영선은 괜찮은 사람이다. 박근혜 비대위 때도 그렇고.”
―왜 새정치연합이냐.
“박근혜 정권에 너무 실망했다. 국민에게 약속한 것을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 나는 한국에서 이제 제대로 된 보수정권이 나오기 힘들다고 본다.”
―박 원내대표가 뭐라고 설득했나.
“그럼 차선으로 야당을 살려서 제대로 해보자. 혁신을 하겠다. 힘을 보태 달라고 했다.”
―박 원내대표와 공동위원장 체제 얘기도 나왔다.
“여러 얘기가 나오긴 했는데. 내가 보수 쪽을 맡고 진보 쪽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등. 하지만 내가 비대위원장 맡을지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 박영선의 승부수?
야권에선 박 원내대표가 승부수를 던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당내 친노 중심의 강경파 그룹에선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잘못했다”며 비대위원장직을 내려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중도파 의원들은 “당 쇄신을 위해 외부 인사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런 기류를 감안해 박 원내대표가 스스로 외부 인사 출신의 비대위원장을 띄운 것 아니냐는 것.
박 원내대표는 이 교수 외에도 소설가 조정래 씨, 강준만 전북대 교수, 김호기 연세대 교수, 조국 서울대 교수 등도 타진했지만 모두 고사했다고 한다. 특히 조 교수는 문재인 의원이 설득했지만 거절했다고 한다. 당내 반발 기류가 거셀 경우 이 교수가 최종 수락할지는 미지수다. 박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결정된 게 없다”라면서도 공동비대위원장 체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망국의 설움’까지 운운
새정치연합 내부에선 반발 기류가 거셌다. ‘의원 카톡(카카오톡)방’에서 강경파인 최민희 의원은 “사실인가요? 지금 원내대표실 가서 확인하려 합니다. 사실 아닐 수 있으니까요” 라고 했고, 정청래 의원은 이 교수의 과거 전력을 들어 “결사 저지하겠다. 박영선, 밸도 없나”라고 했고, 장하나 의원은 “혈액형이 다른 피를 수혈하면 살겠나”라고 비난했다. 홍익표 의원은 “부끄럽고 비통하다. 조선말 망국의 설움이 이러할까…”라고까지 했다.
문재인 의원은 박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반대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노·486의원 54명은 이 교수 영입 중단을 촉구하는 연판장에 서명했다. 초·재선 강경파 모임 ‘더 좋은 미래’도 긴급 회동을 갖고 이 교수 영입 작업의 중단을 촉구했다. 중도 성향의 한 의원은 “원내대표직도 내려놔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왜 독선적으로 당을 운영하는지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 측은 “어제 문재인 의원, 김한길 전 대표 등에게 영입 사실을 미리 전달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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