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링 선수들은 지난해 9월 아주 기분 나쁜 ‘빠떼루(파테르)’에 시달렸다.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빠질 위기를 맞이했던 것. 다행히 겨우 빠져나왔지만 존립 근거가 흔들릴 만한 위기였다.
그렇다고 한국 레슬링의 르네상스를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 때 ‘노 골드’에 그쳤던 악몽을 떠올리면 더더욱 그렇다. 간판스타 김현우(25·삼성생명)가 ‘죽고자 하면 살 것’이라는 이순신 장군의 필사즉생(必死則生)을 언급한 이유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그레코로만형 66kg급 챔피언 김현우는 11일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때보다 더 집중하고 연습했다. 필사즉생의 각오로 금메달을 따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세계선수권에 이어 올해 아시아선수권에서도 정상에 섰기 때문에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우승하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할 수 있다. 그는 이번 대회에는 75kg급으로 출전한다.
그레코로만형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안한봉 감독은 “730일 동안 사점(死點)을 넘나드는 훈련을 벌이며 뼈를 깎는 고통을 참아내고 이 자리에 왔다”며 “금메달 몇 개가 아니라 전 종목 석권을 위해 뛰겠다. 레슬링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전 국민들에게 반드시 보여 드리겠다”고 말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 안 감독과 함께 금메달을 따냈던 자유형 대표팀 박장순 감독은 “자유형도 혼연일체가 돼 피땀 흘린 노력의 결과를 누리겠다”고 말했다. 자유형에서는 윤준식(23·삼성생명)과 이승철(26·상무)이 기대주로 꼽힌다. 이승철은 “인천 하늘에 애국가가 울릴 영광의 순간만 생각하고 있다”고 결의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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