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법안 시급… 선진화法 개정은 반대” 與 소장파의 모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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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총서 대다수 “잘못된 제도 바꿔야”… 野 투쟁도구로 악용되는 현실 지적
김세연-황영철 “금단증세일뿐” 제동

새누리당 내부에서 ‘국회선진화법’ 개정 논의가 불붙었다. 15일 오후 열린 의원총회에선 많은 의원이 “선진화법이 국회 정상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강경한 분위기였다.

나경원 의원은 이날 의총에서 “(폭력적인) 동물국회가 되어선 안 되지만 (아무 일도 못하는) 식물국회가 되어서도 안 된다”는 취지로 국회선진화법을 손질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하지만 18대 국회에서 선진화법을 주도했던 이른바 소장파 그룹의 김세연 황영철 의원은 선진화법 개정 논의에 반대했다. 김 의원은 “현재의 움직임은 일종의 법안 단독 처리 금단증세”라며 “여야 간에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선진화법은 ‘폭력 국회’를 없애고 다수당의 일방적인 날치기 처리를 막기 위해 2012년 5월 새누리당 주도로 처리됐다.

쟁점 법안은 과반수보다 엄격한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이 동의해야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게 했다. 집권당이 의석의 60%를 넘는 압도적 다수를 점하지 못할 경우 야당의 반대가 있으면 사실상 법안 처리를 못하게 된 셈. 국회의장의 직권상정도 천재지변, 국가비상사태, 각 교섭단체 대표 의원 간 합의가 있는 경우로 엄격히 제한했다.

당내에선 소장파 그룹이 선진화법이 악용되고 있는 현실에 눈감고 있다는 지적이 만만찮다. 폭력과 날치기 국회를 근절하고 여야가 대화와 타협으로 국회를 운영한다는 근본 취지는 실종되고, 소수 정파가 특정 법안 처리를 막는 도구로 변질되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협상을 해도 소수 정파가 핵심 법안을 나머지 법안 모두와 연계하겠다고 나서면 법안 처리는 손도 못 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3월 발의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52일 동안 처리되지 못했고, 올해 4월에도 야당은 방송법 개정안을 볼모로 여야가 합의한 법안 127건의 상임위 통과를 저지했다. 5월 이후 법안을 단 한 건도 처리하지 못한 지금은 사실상 ‘식물국회’ 상태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인천 아시아경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선진화법은 ‘국회후진화법’으로 확인됐다”며 “아무리 선의의 취지로 도입한 법안이라도 현실과 부합하지 않고 국민의 삶을 힘들게 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에 개정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선진화법이 국회 본회의에 법안 상정을 원천적으로 봉쇄한 게 아니라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는 제도라는 점에 비춰볼 때 의원들이 정작 법안 통과를 위한 상임위를 개최조차 하지 않은 채 제도 탓만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소장파#여당#민생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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