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은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의 비상대책위원장 영입이 무산된 것과 관련해 “반대쪽이었던 사람도 합리적 보수라면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확장과 화합의 정치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었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그가 소속된 친노(친노무현) 진영의 의원들이 거부 움직임을 보일 때는 명확한 견해를 밝히지 않다가 버스 떠난 뒤 손을 흔드는 격이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상돈 교수의 영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문재인 의원, 이 교수와 함께 만났고 영입에 동의를 구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도 박 위원장과 같은 말을 했다. 그러나 문 의원 측은 “당내에서 동의를 얻는 과정에 무리가 있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했으며 입장을 바꾼 게 없다고 주장한다. 세 사람 중에서 어느 한쪽은 거짓말을 하는 셈이다. 문 의원이 처음에는 이 교수 영입에 반대하지 않다가 당내에서 반발이 확산되자 슬그머니 ‘부적절’ 쪽으로 태도를 바꾼 것이라면 기회주의적 처신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새정치연합은 계파 간 분열에다 내부 의견조차 정리할 수 없는 혼란스러운 상태다. 문 의원을 포함해 대선 주자와 당 대표를 지낸 5명이 박 위원장과 12일 회동해 박 위원장의 거취 문제 거론을 자제하기로 한 이후에도 당내에서 ‘박영선 사퇴론’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중진들이 앞으로는 말을 자제하기로 해놓고 뒤로는 당권을 노리고 박 위원장을 흔들고 있다면 공당(公黨)이라 부르기도 부끄럽다.
박 위원장은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와 함께 이 교수 같은 분들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새정치연합이 얼마나 폐쇄적이냐”며 “지도부 흔들기를 부하 직원 다루듯 하는 현재 야당에서는 개혁과 혁신을 할 수 없어 좌절감을 많이 느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사퇴 요구에 몰린 박 위원장은 탈당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지만 ‘새정치연합호’라는 배에서 홀로 뛰어내린들 정치권에 어떤 변화를 유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박 위원장이 세월호 특별법을 놓고 ‘온건 합리’와 ‘강경’ 사이를 오락가락했고, 당내에서 설득과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 잘못도 있다. 그럼에도 박 위원장이 지금 할 일은 국회를 정상화시키자는 당내 온건 합리파 의원들과 힘을 합쳐 세월호 특별법 문제를 조속히 마무리 짓는 것이다. 이 일이 불가능하다면 박 위원장이 더 남고 싶다 해도 당 안팎에서 정계 개편 논의가 확산될 것이다.
문 의원은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 씨 옆에서 함께 단식을 하며 여야 간 두 차례 합의를 무력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세월호 특별법에 막힌 국회의 무한 표류를 막고 새정치연합이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문 의원이 막후에서 당을 흔들 일이 아니다. 책임지고 당을 이끌겠다고 나서든지, 아니면 당이 국민의 요구를 따르도록 친노 의원들을 설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