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장 내편 심기 물밑경쟁
중도파는 색깔 약한 이석현 염두… 친노는 원혜영-유인태 내심 지지
세월호法 협상 지연 뻔한데도 강경파 “朴 원내대표 사퇴”만 외쳐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사실상 비상대책위원장직과 원내대표직을 사퇴하기로 하면서 제1야당은 당분간 권력공백 상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권력의 진공상태에서 차기 당권을 노리는 각 계파가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는 모양새다. 각 계파는 1차로 후임 비대위원장 자리를 노리고 있다. 비대위원장은 차기 당권의 향배를 결정할 전당대회 경선 룰을 정하고, 지역위원장을 선정하는 조직강화특별위원회 구성에 전권을 갖고 있다.
○ 비대위원장 문희상? 이석현?
당내 각 계파는 16일 비대위원장 후보로 자기 계파에 유리한 인사를 두기 위해 신경전을 벌였다. 중도파들은 국회부의장인 이석현 의원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 부의장은 당헌상 당대표, 선출직 최고위원 중 최고 득표자, 원내대표에 이어 당 서열 4위다. 계파 색도 뚜렷하지 않은 게 강점이다.
반면에 당 최대 주주인 친노(친노무현) 진영은 원로그룹에 속하는 원혜영, 유인태 의원을 내심 지지하고 있다. 범친노계인 정세균계는 국회부의장을 지낸 박병석 의원을 밀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2012년 대선 패배 직후 민주당 비대위원장을 지낸 문희상 의원도 거론된다. 친노 원로그룹에 속하지만 상대적으로 계파 색이 강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19개월 남은 20대 총선이 변수
비대위원장 자리가 정해지면 비대위원은 각 계파를 대변하는 인사로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지역위원장 배분은 계파 안배 방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차기 당권을 놓고 각 계파 수장들이 직접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친노 좌장인 문재인 의원, 정세균 의원, 옛 민주계와 호남에 지분을 갖고 있는 박지원 의원, 486 그룹의 이인영 의원 등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한 당직자는 “크게 보면 친노 대 비노의 대결이 되지 않겠느냐”며 “진영별로 합종연횡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지금 이 당으로 되겠느냐”는 분위기가 팽배한 상황에서 차기 당권을 쥔 쪽도 살얼음판을 걸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직 총선이 19개월이나 남았기 때문에 당장 분당 또는 탈당이 현실화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엉망진창이 된 새정치연합이 내년 3월 전당대회 이후에도 수권정당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해 총선 전망이 암담해진다면 상황은 달라진다는 게 중론이다. 이 때문에 차기 당대표가 1년도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임시 봉합된 뿌리 깊은 계파 갈등이 터져 나오면서 중도통합을 지향하는 제3지대 정당 구상이 구체화할 수도 있다. 수도권 초선 의원은 “당 밖에서 새로운 정당의 필요성이 무르익는다면 당 안의 분열 조짐과 맞물려 ‘야권 빅뱅’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강경파는 여전히 “박영선 원내대표직 사퇴” 요구
한편 김현, 우원식, 은수미, 최민희 의원 등 강경파 의원 10여 명은 여전히 박 원내대표에게 비대위원장직은 물론이고 원내대표직도 내놓으라고 촉구하고 있다. ‘유가족이 원하는 세월호 특별법’을 요구하며 박 원내대표가 들고 온 합의안 거부를 주도했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가 당에 남더라도 원내대표직에서 즉각 물러날 경우 세월호 특별법 협상은 더 지연될 수밖에 없다. 새 원내대표 선출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한 재선 의원은 “정말 황당한 사람들”이라며 “일의 선후, 중요성 등을 전혀 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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