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2題/김창덕]창조경제, 산으로 가는 일 없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7일 03시 00분


정부가 해야 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

김창덕·산업부
김창덕·산업부
1년 반 동안 표류해온 창조경제가 다시 닻을 올렸다. 정부가 15일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삼성그룹과 연계해 확대 재출범시킨 게 시발점이다. 정부는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대기업 15곳을 창조경제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였다. 이들이 지역 중소기업과 활발히 교류할 수 있도록 내년 상반기(1∼6월)까지 17개 시도에 센터를 하나씩 설립하기로 했다.

정부가 대기업들에 시도별 센터를 하나씩 맡긴 것은 관(官)에서 이끌어온 정책이 뚜렷한 한계를 보였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구 창조센터 재출범 행사에서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창조경제가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도 지난달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창조경제의 주역은 관이 아닌 민간”이라고 못 박은 바 있다.

‘관 주도→민간 주도’라는 정책 방향 전환에 대해 일단은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그러나 정부의 역할은 딱 여기까지면 된다. 정부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돈이 되는 사업 기회를 마다할 기업은 세상에 없다. 정부가 ‘△△까지 협업성과 ○○건’ 같은 목표에 매달리면 민간에선 중장기 전략 대신 보여주기 식 짝짓기만 양산해낼 게 뻔하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정부 정책의 취지는 좋지만 민간기업에 어느 지역에서 뭘 하라고까지 정해주는 건 너무 멀리 나간 것”이라며 “정부가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정책은 절대 오래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관계자들의 과거 전력도 이런 우려를 부채질한다. 민간기업이 다 차려놓은 밥상에 일부 예산을 지원하고는 정부가 생색을 낸 적이 더러 있었던 탓이다. 올 1월 서울 동대문에 세워진 ‘K-라이브’ 공연장이 대표적 사례다. KT와 미래부가 공연장 설립을 위해 각각 83억 원과 10억 원을 출자하긴 했지만 이미 10년 전부터 홀로그램 기술을 개발해온 중소기업 디스트릭트의 역할이 가장 컸다. 미래부는 이를 창조경제 정책의 성공사례로 포장했다.

미래부는 16일 ‘창조경제혁신센터 운영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운영위원회는 미래부 장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대통령경제수석과 미래전략수석, 그리고 기업 관계자들로 구성된다고 한다. 완전히 민간에만 맡겨두기엔 왠지 불안한 모양이다.

창조경제를 살리기 위해 필요한 건 정부의 ‘과도한 친절’보다는 오히려 ‘따뜻한 무관심’이 아닐까.

김창덕·산업부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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