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은 가능성이 있죠. 하지만 성공 가능성은 모르겠어요. 중국에 대해서 너무 모르거든요.”
영화 ‘이별계약’(2013년)으로 중국에 진출한 오기환 감독은 최근 대중문화 인력의 중국행 러시를 다룬 본보의 ‘차이나 블랙홀’ 시리즈에 대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이 영화 한 편으로 1억9000만 위안(약 32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오 감독과 달리 중국 진출에 성공적이지 못한 이들이 들려주는 경험기는 더욱 잔혹했다. “중국 쪽과 일을 시작하는데 사적인 인맥에 의지하는 게 전부였다. 맨땅에 헤딩하기였다.” “중국 법도 모르고 언어도 서툴러 에이전시를 끼고 계약했다가 사기당한 이도 많다.”
중국 시장 진출을 돕는 일 못지않게 이미 진출한 이들이 시장에서 실익을 내도록 지원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돈을 벌어도 번 게 아니다. 중국에서 세금 내고 돈을 가져오는 과정이 너무 복잡해 돈을 벌려면 불법을 저지를 수밖에 없다.” “한국인 작가와 연출자, 현지 배우와 스태프의 소통을 조율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 중국어 분야의 전문 인력을 구하기가 힘들다.”
중국 시장 진출이 본격화할수록 한류 인력들이 겪는 문제도 고차원 방정식이 되고 있지만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정부에선 관련 법규나 통계 같은 기초자료조차 얻기 힘들다. 중국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지만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제공하는 중국 콘텐츠 산업 통계는 2012년 자료들이다. 올 초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TV가 아닌 인터넷으로 우회해 중국에 진출했다. ‘외계인 같은 미신을 선전하는 내용’을 금지하는 중국 정부의 방송 규정 때문이었는데, 이 문구를 확인하기 위해 기자는 정부 관계자가 아닌 업계 관계자의 도움을 얻어야 했다. 지난해 붐을 이뤘던 포맷 수출 관련 통계를 묻는 질문에는 “정확한 수치 파악이 어렵다”는 답변이 왔다. 그 사이 중국 정부는 올해부터 해외 포맷 과열 현상을 막기 위해 새로운 포맷 수입 규제를 시행했다.
‘한류’를 꿈꾸는 수많은 업체가 “혼자 알아서” 중국에 진출했고 상당수는 “너무 몰라서” 실패를 겪었다. ‘차이나 드림’이 꿈에 그치지 않으려면 콘텐츠를 진흥하겠다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적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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