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팬티 입고 훔치면 안잡힌다? 특이한 도둑의 특이한 절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7일 14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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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늦은 저녁 서울 신림동의 한 가정집을 털다 붙잡힌 이모 씨(47)는 특이한 도둑이었다. 이 씨가 갖고 있던 검은 배낭에선 도둑들이 갖고 다니는 파이프 절단기, 스패너와 더불어 여성용 팬티만 20여 장이나 나왔다. 놀란 경찰관이 그에게 성폭력 여죄를 추궁하고 나섰다. 궁지에 몰린 이 씨는 갑자기 바지를 벗으며 외쳤다. "여자 팬티가 땀도 덜 차고 이것만 입으면 경찰한테 안 잡힌 댔단 말이오"라고. 이날 그가 입고 있던 건 꽃무늬가 잔뜩 수놓인 여성용 흰색 '망사팬티'였다.

일용직 용접공으로 생계를 꾸려오던 이 씨는 지난해 1월부터 올 9월까지 서울 신림동, 대림동 일대를 돌며 총 17번이나 도둑질을 했다. 귀금속, 노트북, 카메라, 고급시계, 향수처럼 값나가는 물건만 1000여 만원치를 훔쳤다. 그런데 경찰의 가택수색에서는 여성팬티 39벌, 브래지어 14벌, 팬티스타킹 15개도 함께 나왔다. 그는 "2005년 이혼한 뒤부터 여자 속옷을 입고 자위행위를 해야 더 흥분돼서 함께 훔쳤다"고 진술했다.

이 씨를 수사한 서울 관악경찰서 강력팀 관계자는 "자고 있는 여성을 가만히 놔두고 속옷만 훔친 걸로 봐서 특이한 변태 성향의 좀도둑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씨는 특가법상 상습 절도 혐의로 12일 구속됐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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