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車, 한전 부지 입찰… 마감 직전까지 입찰가 ‘눈치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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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한전 부지 입찰에 참여했습니다.”

17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한국전력 터에 대한 입찰이 마감된 직후 삼성전자는 입찰 참여를 공식 발표했다. 7월 한전이 터 매각 방안을 발표한 이후 세간의 수많은 관심과 추측 속에서도 두 달간 ‘철통보안’을 지켜왔던 삼성이 마침내 입장을 밝힌 순간이었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권오현 부회장과 신종균 윤부근 이상훈 사장 등 사내이사로만 구성된 이사회 산하 경영위원회를 열어 입찰 여부와 동원 가능한 금액 범위 등을 정했다. 일찌감치 인수전 참여 의사를 밝힌 현대자동차그룹과 달리 마지막까지 보안을 지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번 입찰 참여 결정에 상당히 강한 의지를 보였다”며 “10조 원에 가까운 자금이 드는 사업이지만 장기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입찰이 마감되기 직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전략1팀에서 ‘온비드(한국자산관리공사의 공매 홈페이지)’에 입찰가를 입력했다. 삼성은 입찰가를 끝내 밝히지 않았다. 삼성생명과 삼성물산 등이 주축이 되고 삼성전자는 자금만 댈 것이라는 시장 예상과 달리 입찰에는 삼성전자가 단독으로 참여했다. 삼성전자가 주축이 되는 새로운 ‘전자타운’을 짓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삼성이 이기면 스텝 조직 위주로 모여 있는 서초사옥과 달리 한전 부지에는 소프트웨어와 의료기기 등 삼성전자가 추진하는 신수종 사업 연구개발(R&D) 조직이 들어갈 건물이 들어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대자동차그룹은 17일 오전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3개 계열사가 각자 이사회를 열고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전 터 인수전에 참여하는 것을 확정했다. 현대차그룹 역시 이날 오후 정몽구 회장이 최종 입찰가격을 정한 뒤 마감 직전에 온비드에 가격을 입력했다.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3개 계열사의 지분 참여 비중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순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입찰이 마감되기 직전까지 인수 의사를 표명하지 않은 삼성의 동향에 하루 종일 관심을 기울였다. 이날 오후까지도 ‘삼성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삼성전자가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삼성이 작심하고 높은 가격을 썼을 수도 있다”며 술렁이는 분위기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가 일찌감치 인수 의사를 밝힌 이유는 한전 부지의 공공성을 고려하고 주주들에게 회사 계획을 최대한 상세히 밝혀 이해를 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강유현 기자
#삼성전자#현대자동차#한국전력 부지 입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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