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집행부가 대리운전사를 심야에 집단 폭행한 사건은 세월호 사태 이후 다소간의 무리와 억지도 감수해온 국민의 인내 한계선을 넘어선 것이다. 그제 밤 유가족 5명과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은 대리운전사 이모 씨를 불러놓고 30분이나 기다리게 했다. 한창 벌어야 할 피크 타임을 허비한 이 씨가 돌아가려 하자 김 의원이 제지하며 국회의원 신분을 밝히는 과정에서 사달이 벌어졌다. 현장 영상과 목격자 증언에 따르면 김 의원은 “너 거기 안 서?” “내가 누군지 알아?” 하며 고압적 태도를 보였다. “국회의원이면 굽실거려야 하느냐”는 이 씨의 말에 유가족들은 “의원님 앞에서 버릇이 없다”면서 폭력을 휘둘렀다. 국회의원의 위세를 앞세운 유가족들에게서 완장을 두른 ‘특별국민’의 냄새가 물씬 난다.
이 씨는 “세월호 성금도 내고 경기 안산시의 분향소도 갔다 왔는데 나를 때린 사람들이 유족이라니 더 아프다”고 했다. 하루아침에 자녀들을 잃고 세상이 깜깜해졌을 유가족들의 고통을 내 일처럼 아파했던 국민도 이들의 과도한 언행과 법의 테두리를 넘는 지나친 요구에 점차 염증을 내고 있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가 무릎을 꿇고 세월호 특별법 여야 합의안을 받아달라고 요청하고, 국회의원과 술을 마시면서 대책위 간부들은 어느새 자신들을 특권층으로 여기게 된 모양이다. 그러나 유가족 중에는 이들과 달리 세월호 특별법 여야 합의안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일반인 대책위 지성진 부위원장은 신동아 10월호 인터뷰에서 “(단원고 중심의 가족대책위 때문에) 유가족이 벼슬이냐는 국민 여론을 듣는 것도 싫다. 세월호가 국가의 발목을 잡는다는 말도 듣고 싶지 않다”고 했다. 사법체계를 흔드는 세월호 특별법 요구, 광화문광장의 천막 농성, 유족 김영오 씨 등의 도를 넘은 막말을 같은 유가족으로서 부끄러워하는 것이다.
대책위 간부들은 치외법권이라도 가진 듯 경찰의 어제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위원장이라는 사람은 맞는 걸 보질 못했는데 팔에 왜 깁스를 했다는 건지 모르겠다”는 목격자도 있다. 인터넷과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대리운전사한테도 수사권 기소권을 줘야 한다” “특검을 임명해 수사해야 한다”는 등 비판이 거세다. 광화문광장을 점령한 채 자신들의 요구대로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하라는 유가족들에게 정치권이 무한정 끌려 다니면서 이런 사태까지 불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회의원의 품위를 손상시킨 김 의원은 물론이고 당 차원에서도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