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사 폭행 사건에 연루된 세월호 유가족 대책위원회 전 임원진 5명이 19일 오후 4시 반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했으나 조사 과정에서 김병권 전 가족대책위 위원장과 김형기 전 수석부위원장 등 5명 전원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
이날 경찰에 출석한 김 전 위원장은 왼쪽 팔에 깁스를 했고, 김 전 수석부위원장은 사건 당시 치아 6개가 부러지거나 흔들리는 부상을 입어 윗입술 인중 오른쪽 부분에 붉은 상처가 나 있었다. 나머지 3명은 취재진을 피해 뒷문을 통해 조사실에 들어갔다. 김 전 위원장은 취재진 앞에서 “물의를 일으켜 국민과 유가족께 진심으로 죄송하고 사과드린다.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쌍방 폭행을 주장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응답하지 않았다.
이들은 17일 0시 반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일식집에서 김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술을 마신 뒤 대리운전사 이모 씨(52)와 시비가 붙어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위원장 등은 폭행을 목격하고 말리던 시민 노모 씨(35)와 김모 씨(35)에게 자신들도 폭행당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사건 목격자들은 “유가족이 대리운전사와 시민들을 일방적으로 때렸다”고 밝혔다. 특히 피해자 이 씨와 함께 대리운전을 위해 호출된 또 다른 대리운전사 도모 씨(53)는 현장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목격한 상황을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5명의 목격자를 조사했는데 진술이 한결같다”고 전했다.
도 씨는 18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폭행에 적극 가담한 사람은 3명이다. 시민들은 유가족을 피하고 막고 도망 다니며 일방적으로 폭행당했다. (치아를 다친) 김형기 씨는 혼자 넘어졌다”고 말했다. 도 씨가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에는 넥타이가 흘러내리고 와이셔츠가 뜯긴 채 지친 표정으로 화단에 앉아있는 대리운전사 이 씨의 모습, 김 전 위원장의 오른손을 부여잡으며 말리는 듯한 김현 의원, 오른쪽 반소매에 피가 묻은 채 주저앉아 있는 김 전 수석부위원장의 모습이 담겼다.
경찰은 유가족 5명 전원이 대리운전사와 시민 2명을 야간에 집단폭행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가 있다고 보고 모두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한다. 이날 출석한 유가족들은 묵비권 행사를 하지 않았지만 일부 수사에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폭행을 목격하고 이를 말리려 한 시민 2명은 정당방위로 면책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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