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3구→서울 외곽→수도권… ‘전세난민’ 도미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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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저렴하던 금천-구로구… 가을 이사철 맞아 전세금 급등세
윤달 앞두고 신혼집 수요도 한몫… 집 못구한 세입자들 경기로 눈돌려

2년 전 회사와 멀지 않은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아파트(전용면적 84m²)에 전세로 입주한 직장인 이모 씨(35)는 최근 경기 광명시와 안양시 일대 소형 아파트를 알아보고 있다. 2억 원이었던 가산동 아파트의 전세금이 최근 2억5000만 원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이 씨는 “집주인이 전세금을 대폭 올리거나 월세를 낀 반전세로 바꾸자고 해 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강남, 송파, 서초구 등 ‘강남3구’를 중심으로 나타나던 서울 전세금 상승세가 가을 이사철을 맞아 서울에서 전세금이 가장 싼 편인 금천, 구로구 등으로 옮겨 붙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전세금이 저렴한 이 지역들로 유입되는 신규 세입자 수요가 늘면서 해당 지역에 거주하던 세입자들은 집값이 더 싼 서울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 지역들은 특히 서울에서 거주할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인식되던 터라 서울 밖으로 밀려나는 ‘전세 난민’들은 “서울시민으로 살기 참 어렵다”는 푸념을 하고 있다.

○ ‘도미노 현상’ 심화…서울에서 더 갈 곳 없어

22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최근 1년간(2013년 9월 16일∼2014년 9월 15일) 서울에서 전세금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금천(11.6%) 구로(10.9%) 성동(10.5%) 도봉구(10.2%) 순이었다. 지난주에도 구로(0.32%) 금천구(0.2%)의 전주 대비 전세금 상승률은 각각 서울시내 1위와 5위로 상위권이었다.

1년 전만 해도 2억2000만 원 선이었던 금천구 가산동 두산위브아파트 84m² 전세금은 최근 2억5000만 원으로 올랐다. 금천구의 전세금은 8월 말 기준 m²당 242만8000원으로 서울에서 가장 낮았고 도봉구가 258만3000원으로 끝에서 두 번째였다. 구로구는 308만1000원으로 서울 25개구 중 밑에서 7위였다.

전문가들은 강남3구에서 시작된 전세금 상승세가 동작, 강동, 광진구 등 강남지역에 인접한 구(區)에서 성동, 중구 등 도심으로 번졌다가 구로, 금천구 등 외곽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출근거리, 교육환경을 생각해 강남3구 등 특정 지역에 머물던 전세 세입자들이 성동구 등 인근 지역으로 이사를 가고 해당 지역 세입자들은 변두리로 밀려나는 ‘도미노 현상’이 나타나면서 그동안 상승 폭이 작았던 지역이 뒤늦게 들썩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서울 외곽 지역 매매 전환될까

신혼부부, 젊은 직장인들이 전통적으로 전세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교통이 편리한 이 지역들을 ‘첫 거주지’로 선택하는 경향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연구위원은 “10월 말에 시작되는 윤달을 피해 결혼하려는 신혼부부들의 수요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며 “이 지역들에 입주 물량은 줄고 수요는 늘면서 ‘전세 병목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금천, 구로구 등의 집주인들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면서 소형주택의 전세 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금천구에 있는 두산공인중개사무소의 공재국 대표는 “대형 아파트들은 월세가 너무 비싸 전환이 잘 안 되는 반면에 저가 소형주택은 전환이 쉽다”며 “최근 전세금이 오르는 지역에는 소형 원룸, 빌라 등이 많다 보니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세금 상승세가 최소 내년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 안양, 시흥, 수원시 등 수도권 외곽 신규분양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수요자도 늘고 있다. 2월 시흥시 목감동에서 분양한 ‘목감 한양수자인’은 서울 거주 계약자의 45%가 금천구 주민이었다.

김현지 nuk@donga.com·김현진 기자
#금천구#구로구#도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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