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아시아경기 남자 복싱대표팀 박시헌 감독(49·사진)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인 화면에 올려놓은 글이다.
박 감독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신준섭, 1988년 서울 올림픽 김광선과 함께 국내 3명뿐인 복싱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다. 박 감독은 1988년 서울 올림픽 복싱 남자 라이트미들급(71kg 이하급) 결승에서 미국의 로이 존스를 판정으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땄지만 경기 후 숨어 지내다시피 했다. 편파 판정 논란과 ‘홈 텃세 덕에 금메달을 땄다’는 비난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외신들은 비아냥대듯 로이 존스를 서울 올림픽 최고 선수 중 한 명으로 뽑았다. 3-2 판정승이 확정되는 순간 당황한 표정으로 두 팔을 자신 있게 뻗지 못했던 박 감독의 행동도 공격 대상이 됐다.
그 충격으로 박 감독은 올림픽 직후 곧바로 링을 떠났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로이 존스 측의 결승전 판정 제소에 대해 “판정을 재고할 만한 명백한 증거가 없다”며 박 감독의 손을 들어줬지만 이미 박 감독은 복싱에 미련을 접은 뒤였다.
“13년간 교직생활을 했어요. 사람 만나는 것도 겁나고, 기억을 잊으려고 글러브를 벗었는데 시간이 오래 지나갔어요.”
그러나 박 감독은 복싱을 잊지 못해 다시 링으로 돌아왔다.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에서 대표팀 코치로 남자 복싱대표팀이 금메달 3개를 획득하는 데 기여했다. 박 감독은 2006년 대표팀에서 나온 후 7년의 공백 끝에 지난해 9월 다시 남자 대표팀 감독으로 돌아왔다.
박 감독은 이번 대회를 복싱 인생의 전환점으로 삼고자 한다. 박 감독은 56kg 이하급 함상명과 81kg 이하급 김형규 등을 금메달 후보로 꼽았다.
“평생의 한이었지 않습니까. 예전의 악몽, 정말 서러웠던 것들을 다 날려버리고 이제 두 팔을 자신 있게 뻗고 싶어요. 아시아경기를 잘 치른 뒤 명예롭게 제 손으로 진정한 올림픽 금메달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그 금메달이 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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