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질주 ‘사이클 전설’ 조호성, 마지막 태극마크 달고 아쉬운 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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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아시아경기]

엄마는 중학생이 된 아들이 자전거를 타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초등학교 때 공부를 잘했던 아들이라 더 그랬다. 그래서 일부러 마음에 상처를 줬다. 대회에서 받아온 상장과 메달을 매정하게 내다버렸고 다치기라도 하면 “누가 운동하라고 했느냐”며 혼을 냈다. 그런 동생이 안쓰러운 누나는 엄마 몰래 치료를 해주곤 했다. 선배들이 타다 버린 자전거를 얻어와 수리해 타면서도 우승을 밥 먹듯 했던 아들은 어머니가 버린 상장과 메달을 몰래 다시 주워와 신발장 구석에 꼭꼭 숨겨 놓았다. 페달 밟기를 쉬지 않는 아들이 부천고 2학년이 돼서야 엄마는 생각을 바꿨다. 운동을 그만두면 죽도 밥도 아닐 것 같았다. 그때부터 엄마 이금순 씨(69)는 아들의 경기를 따라다녔다. 엄마의 바람대로 대학(중앙대)에 체육 특기자로 입학한 아들은 더 신나게 페달을 밟았다. 그리고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아경기 포인트 레이스(당시는 단독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이클 황제’ 조호성(40·서울시청·사진)이 자신의 국가대표 마지막 무대를 은메달로 장식했다. 조호성은 23일 인천국제벨로드롬에서 열린 남자 옴니엄에서 일본의 하시모토 에이야(21)에게 아쉽게 우승을 내줬다. 옴니엄은 이틀에 걸쳐 15km 스크래치, 4km 개인추발, 제외경기, 1km 독주, 플라잉 1랩, 포인트 레이스 등 6개 세부종목의 점수를 합산하는 종목이다. 조호성은 5개 세부종목을 치렀을 때까지 여유 있게 1위를 달렸지만 333.33m 트랙을 120바퀴 도는 마지막 40km 포인트 레이스에서 자신보다 열아홉 살 어린 하시모토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5개 세부 종목을 치렀을 때까지만 해도 총점 140점으로 194점의 조호성에게 크게 뒤졌던 하시모토는 포인트 레이스에서 94점을 얻어 38점에 그친 조호성을 총점에서 2점 차로 제쳤다. 조호성이 그때까지 공동 2위였던 중국과 카자흐스탄 선수를 견제하느라 신경을 못 쓴 틈을 하시모토가 파고들었다.

조호성은 1994년 히로시마부터 2010년 광저우까지 아시아경기에 네 번 출전해 5개의 금메달(은메달 1개)을 땄다. 2006년 도하 대회 때는 프로 경륜 선수라 출전하지 못했다.

2004년 경륜으로 전향해 47연승을 달리는 등 ‘경륜 황제’로 이름을 날리던 조호성은 2008년 돌연 경륜을 그만뒀다. 올림픽 메달에 대한 꿈을 포기할 수 없어서였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옴니엄에서 11위에 그치자 현역 은퇴를 고려했던 조호성은 국내에서 열리는 인천 아시아경기를 선수 생활의 마지막 목표로 삼고 다시 혹독한 훈련을 감내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나선 마지막 무대. 아쉽게 금메달은 놓쳤지만 조호성은 가족과 팬들의 박수 속에 다시 시상대 위에 섰다. 부모님의 반대로 선수 생활을 하지 못할 뻔했지만 열정과 집념으로 ‘사이클 황제’가 된 조호성은 그렇게 전설로 남았다. 조호성은 “경기를 마친 뒤 만감이 교차해 나도 모르게 선수 생활 처음으로 눈물이 나왔다. 너무 아쉬운 마지막 무대였지만 내가 못 딴 올림픽 메달의 꿈을 지도자로서 후배들을 통해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조호성은 다음 달 전국체육대회를 끝으로 27년 동안의 선수 생활을 마치고 소속팀에서 전임 지도자로 제2의 사이클 인생을 시작할 예정이다.

인천=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인천아시아경기#사이클#조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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