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아경기]마지막 단식, 또 끝낸 이현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4일 03시 00분


배드민턴 단체전 결승 中 3-2 격파
日과 8강전 이어 ‘승리의 왼손’
군대 전역한 날 출전한 유연성도 이용대와 짝 이룬 복식서 이겨

최강 짝꿍의 환호 유연성(왼쪽)이 2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아시아경기 배드민턴 남자 단체 결승전에서 복식 경기 첫 세트를 따낸 뒤 이용대와 손을 마주치며 환호하고 있다. 인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최강 짝꿍의 환호 유연성(왼쪽)이 2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아시아경기 배드민턴 남자 단체 결승전에서 복식 경기 첫 세트를 따낸 뒤 이용대와 손을 마주치며 환호하고 있다. 인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한국 성인 남자라면 누구나 병역과 결혼에 대해 고민한다. 인천 아시아경기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 주장 유연성(28). 그는 금메달과 함께 두 가지 고민을 연이어 풀게 됐다.

그는 아시아경기가 한창인 23일 21개월의 군복무를 마치고 전역했다. 2012년 12월 입대한 그의 전역일은 마침 한국과 중국의 단체전 결승전이 열린 날이었다. 아시아경기에 앞서 유연성은 “제대 선물로 꼭 금메달을 받고 싶다.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훈련했다”며 남다른 각오를 보였다. 결승에서 한국은 역시 이날 제대한 손완호가 1단식을 이긴 뒤 이용대-유연성 조까지 여세를 몰아 승리를 거두며 2-0으로 앞섰다. 2단식에서 이동근이 올림픽 챔피언 출신의 월드 스타 린단에게 패한 뒤 김기정-김사랑 조까지 무너졌지만 2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노장 이현일(34)이 3단식에서 가오후한에 승리해 5시간 16분 접전을 3-2로 마무리했다. 이때 시각은 오후 11시 46분. 2회 연속 중국의 벽에 막혀 은메달에 머물렀던 한국이 12년 만에 금메달을 되찾은 순간이었다.

유연성은 아시아경기에서 원없이 뛰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꿈만 같았다. 지난해 11월부터 짝이 된 이용대가 올해 초 도핑테스트 회피 혐의로 1년 자격정지를 받았을 때만 해도 모든 게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파트너를 잃고 덩달아 충격에 빠졌던 유연성은 다행히 이용대의 징계가 풀리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 후 이용대와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며 정상의 실력을 과시한 그는 배드민턴 대표팀 주장으로 코트 안팎에서 후배들을 이끌었다. 그는 아시아경기를 앞두고 매일 새벽마다 400m 트랙을 10바퀴 도는 달리기 훈련에서 후배들보다 앞서 달리며 의욕을 보였다. 유연성은 “홈에서 열려 오히려 선수들의 부담감이 컸다. 편안하게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신경 썼다”고 말했다.

이용대와 함께 아시아경기 개인 복식에서도 우승을 노리는 유연성은 이번 대회가 끝난 뒤에는 3년 동안 사귄 일본인 여성과 결혼할 계획도 잡고 있다. 유연성이 일본오픈 출전을 위해 도쿄로 향하던 항공기 안에서 옆자리에 앉은 게 인연이 돼 한일 양국을 오가며 사랑을 키우다 장래까지 약속하게 됐다. 유연성은 “운동선수의 고충을 잘 이해해주고 배려심이 많다”고 자랑했다.

이득춘 대표팀 감독은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 때 단체전 금메달을 딴 뒤 지도자로도 영광을 이끌었다. 이 감독은 취약 포지션인 단식 보강을 위해 대표팀에서 물러나 있던 이현일의 복귀 카드를 꺼내들어 효과를 봤다. 이현일은 일본과의 8강전에서도 2-2로 맞선 상황에서 마지막 단식 주자로 나서 팀을 4강으로 올린 데 이어 이날 결승에서도 ‘끝판왕’의 면모를 과시했다. 올 시즌 우여곡절을 겪었던 간판스타 이용대도 자신의 화려한 경력에 처음으로 아시아경기 금메달리스트라는 단어를 새기게 됐다.

인천=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배드민턴#유연성#인천 아시아경기#이현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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