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통일을 위해 세계가 나서 달라고 호소한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먼저 한반도 통일은 모든 국가와 세계 평화에 도움이 된다는 ‘통일대박론’의 확산이다. 이어 대화에 소극적인 북한을 전방위로 압박해 남북 관계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겠다는 포석도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유엔총회서 ‘통일대박론’ 확산 나서
박 대통령은 “올해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25년이 되는 해지만 아직도 한반도는 분단의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며 한반도 통일에 대한 각국의 관심을 호소했다. 이어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유엔이 주도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통일된 한반도는 핵무기 없는 세계의 출발점이자 인권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며, 안정 속에 협력하는 동북아를 구현하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또 “독일 통일이 유럽 통합을 이루어 새로운 유럽의 주춧돌이 되었다면 통일된 한반도는 새로운 동북아를 만들어 가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통일이 한반도 문제를 넘어 세계 문제임을 주목해 달라는 호소였다. ‘통일대박론’의 세계화 버전인 셈이다.
그러면서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세계의 공조를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유엔과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의 노력으로 시리아의 화학무기가 폐기되고 이란 핵문제가 진전이 있는 것을 환영한다”며 “마찬가지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에 가장 큰 위협인 북한 핵문제가 시급히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 인권 문제 제기로 북-중-일 동시 압박
북한의 인권 문제도 정면으로 제기했다. 박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큰 관심과 우려를 갖고 있는 인권 문제 중 하나가 북한 인권”이라며 “북한과 국제사회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권고사항 이행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북한에 △정치범수용소 폐쇄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방북 허용 △고문 방지 조치 △성분제 철폐 △인터넷 접근권 보장 등 주민 인권 신장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전면적으로 거부한다’며 맞서고 있다.
박 대통령은 “국제사회는 탈북민의 인권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탈북민들이 자유의사에 따라 목적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유엔 해당 기구와 관련 국가들이 필요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탈북 루트인 중국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다만 “전시(戰時)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어느 시대, 어떤 지역을 막론하고 인도주의에 반하는 행위”라며 우회적으로 일본을 겨냥했다. 그러면서도 동북아 역내 긴장 완화를 위한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소개한 뒤 8·15경축사를 통해 제안한 ‘동북아 원자력안전협의체 구성’을 첫 번째 실천과제로 제시했다.
○ ‘반기문 총장이 끌고, 박 대통령이 밀고’
유엔총회에 앞서 23일 열린 유엔 기후정상회의는 한국의 무대였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내년에 신(新)기후체제 협정을 타결시키기 위해 각국의 의지는 모으자는 취지에서 이번 회의를 소집했다. 박 대통령은 반 총장의 이런 의지를 각국에 알리는 메신저였다.
박 대통령은 “(기후변화 대응은) 한때 인류가 가능하다고 믿었던 무한성장이 실제로 가능하지 않다는 깨달음에서 출발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선제대응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정부와 민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모두 실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주재한 기후정상회의 재정세션에선 박 대통령과 반 총장,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나란히 의장단석에 앉았다.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한국의 역할’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1위로 ‘세계의 굴뚝’이라고 불리는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참석하지 않았다. 시 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한 중국 공산당 서열 7위 장가오리(張高麗) 상무부총리 겸 정치국 상무위원은 “각국은 이미 달성한 합의를 충실히 이행해야 하며 특히 선진국들은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선진국 우선 감축’을 주장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번 순방의 빡빡한 일정과 시차 탓에 피로가 쌓여 마지막 날 일정을 링거를 맞으며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 유엔 기후정상회의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제안으로 2020년 이후 새로운 기후변화 대응체제를
2015년까지 도출하자는 정치적 의지를 결집하기 위해 23일 개최된 정상회의다. 국가별로 기후변화대응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각국
대표는 의전 서열(취임 시기 등)에 따라 연설했다. :: 유엔 기후정상회의 재정세션 ::
유
엔 기후정상회의의 가장 중요한 분야인 재정(finance)세션은 산림 농업 에너지 등 총 8개 행동분야 가운데 하나다. 재원
조성의 중요성 및 공공·민간 재원의 협력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목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
공동의장 자격으로 회의를 주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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