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하루에 쏟아낸 정부/문-이과 통합과정 총론 확정]
문-이과 통합 전문가 조언
“대학 이공계서 배우는 심화과목은, 고교과정서 삭제… 학습량 줄여야”
문·이과 통합 교육 시행을 계기로 수학의 전체적인 난이도 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수학은 중고교로 갈수록 내용이 급속히 어려워져 사교육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가장 부담을 느끼는 수학의 난이도 조절이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선 교사들은 외국에 비해 지나치게 빠른 진도, 암기 위주로 진행되는 수업, 고교 수학 교사조차 대학수학능력시험 시간 안에 풀지 못하는 수준 등 수학의 난도가 학생들이 총체적으로 수학을 싫어할 수밖에 없도록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수학의 절대적인 학습량을 줄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학습량이 지나치게 많다 보니 교사들은 기계적으로 진도를 나가기에 바쁘고, 학생들은 문제 푸는 기계로 전락하게 된다는 것. 이 때문에 학부모들은 “미리 배우고 반복해야 한다”는 사교육 업체의 논리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대학 이공계에서 배우는 심화 과목은 고교 과정에서 과감히 삭제하고, 대학과정으로 넘겨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기하와 벡터’ ‘확률과 통계’ ‘미분 적분’은 현재 대학 이공계 전공에서 한 학기 또는 1년에 걸쳐 배우는 과목이다.
고교 수학 과목이 어려워진 것은 1969∼1980년 시행된 대학별 본고사의 영향이 30∼40년간 누적된 결과다. 당시 본고사에 출제된 어려운 일본식 수학 문제들이 시중 수학 참고서에 그대로 흡수되고, 정부가 교육과정을 개편하며 교과서에 반영해 고교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중학교 과정까지 낙수효과를 불러일으켰다. 박제남 인하대 수학교육과 교수는 “대학 수학교육과정과 중복되는 고교 과목들만 대학이 책임져도 수학 난도가 낮아져 사교육을 경감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문·이과 통합교육과정이 시행되기 전에 전반적인 수학 교육과정에 대한 신중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배워야 할 교과 내용을 줄이고 난도를 낮춰 학생의 심층적인 이해 능력을 길러주는 방향으로 수학교육의 가닥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는 “난이도뿐만 아니라 강력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문서의 형태로 중간, 기말고사의 평가문항 수준을 구체적으로 제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교사들이 교구를 이용한 수업, 토론수업 등 다양한 교수법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이른바 ‘수포자’(수학포기자) 양산을 막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권오남 서울대 수학교육과 교수는 “단순히 주어진 시간에 최대한 많은 문제를 풀어내는 순발력 평가나 문제풀이 중심의 수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수학 교육과정이 개편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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