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아경기]男과 함께… 남다른 명사수 그녀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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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50m 소총 복사 단체우승 삼총사

24일 사격 여자 50m 소총 복사 단체전 우승을 합작한 음빛나, 나윤경, 정미라(왼쪽부터)가 금메달과 함께 손등에 그린 태극기를 보여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인천=김민성 스포츠동아 기자 marineboy@donga.com
24일 사격 여자 50m 소총 복사 단체전 우승을 합작한 음빛나, 나윤경, 정미라(왼쪽부터)가 금메달과 함께 손등에 그린 태극기를 보여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인천=김민성 스포츠동아 기자 marineboy@donga.com
만약 이 남자들이 없었다면 그녀들의 운명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지금처럼 금메달을 목에 걸고 행복한 웃음을 지을 수 있었을까.

24일 인천 옥련국제사격장에서 열린 인천 아시아경기 사격 여자 50m 소총 복사 단체전에서 나윤경(32·우리은행), 정미라(27·화성시청), 음빛나(23·상무)는 예상치 못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들은 1855.5점을 합작해 중국(1854.1점)의 벽을 넘었다.

시상식이 끝난 뒤 이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휴대전화를 집어 든 것이었다. 맏언니 나윤경의 전화를 받은 사람은 남편 황정수(32·울산북구청)였다. 이번 대회 사격 남자 스킷에 출전하는 황정수는 29일부터 시작되는 경기에 대비해 경기 화성의 경기종합사격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었다.

음빛나는 해병대에서 복무했던 유기윤 씨(회사원)와 예쁜 사랑을 키워 가고 있다(왼쪽 사진). 인천아시아경기에 동반 출전한 나윤경-황정수 부부(가운데 사진). 22일 여자 10m 공기소총에서 동메달을 딴 정미라를 가장 반긴 것은 경기장에 응원 온 남편 추병길이었다. 음빛나·나윤경·정미라 제공
음빛나는 해병대에서 복무했던 유기윤 씨(회사원)와 예쁜 사랑을 키워 가고 있다(왼쪽 사진). 인천아시아경기에 동반 출전한 나윤경-황정수 부부(가운데 사진). 22일 여자 10m 공기소총에서 동메달을 딴 정미라를 가장 반긴 것은 경기장에 응원 온 남편 추병길이었다. 음빛나·나윤경·정미라 제공
고교 때 처음 만난 둘은 오랜 교제 끝에 2010년 결혼에 골인했다. 선수 생활을 함께 했지만 결혼 후 둘이 함께 국가대표가 돼 국제 대회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윤경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와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황정수는 번번이 대표선발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번에는 나윤경이 먼저 대표팀에 뽑혔고, 황정수도 치열한 선발전 끝에 태극 마크를 달았다.

나윤경은 전화 통화에서 “나 금메달 땄어, 금메달 기(氣) 주러 당신한테 갈게”라며 애정을 과시했다. 아시아경기 대회 출전이 3번째인 나윤경이 금메달을 딴 것은 처음이다.

정미라의 남편 역시 사격 공기소총 선수이자 같은 팀에서 한솥밥을 먹는 추병길(34·화성시청)이다. 정미라-추병길 부부는 전화 연결이 된 뒤 한동안 아무 말도 못하고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그동안 함께 이겨낸 역경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2010년부터 교제를 시작한 둘은 정미라가 런던 올림픽에 다녀온 직후인 2012년 가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건강검진에서 정미라가 갑상샘암 진단을 받은 것이다.

수술을 받고 힘들어하는 정미라를 추병길은 지극정성으로 돌봤다. 바깥출입을 못하는 정미라를 위해 추병길은 훈련을 마치고 오는 길에 맛있는 음식을 사 왔다.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 정미라의 말에 귀를 기울여준 것도 그였다. 다행히 병세는 호전됐고 둘은 지난해 7월 결혼식을 올렸다. 아쉽게 추병길은 이번 아시아경기 대표에는 선발되지 못했다. 정미라는 “아직도 총을 쏠 때마다 갑상샘암 후유증 때문에 목이 아프다. 하지만 남편 얼굴을 생각하며 쐈다. 아직 신혼인데도 남편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시즌이 끝난 뒤 함께 여행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국군체육부대 소속의 ‘진짜 사나이’ 음빛나는 아직 미혼이다. 하지만 이날 그의 금메달을 TV로 지켜본 회사원 남자친구는 한걸음에 인천까지 달려왔다.

“어릴 때부터 군인이 되고 싶었다”는 음빛나와 해병대에서 복무했던 그의 남자친구는 한눈에 봐도 잘 어울린다. 2012년 임관해 하사 3호봉인 음빛나는 “군복을 입으면 큰 자부심을 느낀다. 가능한 한 오래 군대 생활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여자 선수로는 보기 드물게 태극기가 올라갈 때 거수경례를 했던 그는 “최근 인기를 끌었던 TV 프로 ‘진짜 사나이-여군특집’을 재미있게 봤다. 처음 입대했을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나더라. 이번 금메달에 만족하지 않고 내년 경북 문경에서 열리는 세계군인체육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인천 아시아경기#50m 소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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