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무원 표심 겁내는 정부·여당이 연금개혁 저항세력”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9일 03시 00분


새누리당의 요청으로 공무원연금 개선안을 만들었던 한국연금학회 김용하 회장이 지난 주말 사퇴했다. 그는 “새누리당은 공무원과 가족의 표를 의식하고, 정부는 ‘셀프 개혁’ 공격을 우려해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면서 “진짜 개혁 저항 세력은 공무원을 무서워하는 당정인 것 같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당초 22일 입법공청회라는 형식으로 연금 개선안을 발표하려다 공무원들의 반발이 두려워 연금학회가 발표하는 정책토론회로 바꿨다. 정부 여당의 정책안 발표는 한국개발연구원이나 행정연구원 같은 국책 연구기관에서 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민간 전문가들의 모임인 연금학회가 떠맡은 것은 이례적이었다. 김 전 회장은 “당정에서 아무도 안 나서는 바람에 개혁의 불씨가 꺼질까봐 학계에서 나섰다”고 했다.

공무원노조가 정책토론회장에 난입해 행사를 무산시킨 것도 모자라 연금학회 사무실을 점거하고 전화와 인터넷, 광고 등으로 공격하는 것은 폭력행위나 다름없는 일이다. 오죽하면 김 전 회장이 “학회에 부담을 줘 미안하다”며 회장 직을 사퇴했겠는가. 김 전 회장이 정부 여당에 “학회 의견이 아니라는 점을 밝혀 달라”고 요청하자 뒤늦게 안전행정부 차관이 나서 “새누리당의 안”이라고 해명한 것도 비겁해 보인다.

올해 2월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방안을 밝혔지만 정부는 수개월간 아무 움직임이 없었다. 8월 19일 안전행정부가 당·정·청 정책협의회에 안건을 올리자 새누리당 당직자들은 “연금개혁안이 자꾸 이슈화되는 이유가 뭐냐”며 정부 관계자를 나무랐다. 당시 “표 떨어질 일에 왜 나서느냐”며 논의조차 안했던 이들은 결국 민간 학회에 짐을 떠넘기고 뒤에 숨은 셈이다.

공무원연금을 그대로 놔두면 앞으로 10년간 국민 세금으로 53조 원가량을 메워줘야 한다. 국민연금은 낸 돈의 1.7배를 받지만 공무원연금은 2.3배를 받아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그런데도 당정은 “퇴직 수당을 늘려주겠다” “하후상박(下厚上薄)으로 만들겠다”며 공무원들의 눈치만 보고 있으니 공무원연금 개혁이 어디로 향할지 걱정이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27일 “고령화 추세와 연금재정 상황, 형평성을 고려할 때 공무원연금 개혁이 불가피하다”고 역설했지만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400만 명에 이르는 공무원과 가족이 무섭다지만 국민의 시선은 더욱 매섭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새누리당#공무원연금#김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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