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선박서 농산물까지 ICT 융합… 더 똑똑해지는 車- 선박… ‘ICT 매직’ 스타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30일 03시 00분


[산업에 ‘스마트 날개’]<상>ICT 융합이 핵심 경쟁력
카메라 통해 전방교통정보 한눈에… 현대車, 통합영상장치 2015년 적용
충돌회피 - 해적선 자동판독 기능… 스마트십은 중국 추격 따돌릴 대안

《 바야흐로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의 물결이 거세다. 자동차, 선박 등 복잡한 기계장치들은 물론이고 의류, 완구, 심지어 농산물에도 ICT 적용을 뜻하는 ‘스마트’란 수식어가 붙고 있다. ICT가 적용된 제조공장들은 효율성과 안정성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스마트 공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본보는 동아사이언스, 미래창조과학부와 공동으로 ICT 융합으로 인한 산업 혁신의 현장을 3회에 걸쳐 보도한다. 》
서성진 현대모비스 책임연구원이 26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일대에서 ‘차량 통합영상인식 장치’를 점검하기 위한 주행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백미러에 장착된 100만 화소급 카메라는 테스트차량 전방에 주행하는 차량의 속도와 방향 등을 인식한다. 현대모비스 제공
서성진 현대모비스 책임연구원이 26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일대에서 ‘차량 통합영상인식 장치’를 점검하기 위한 주행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백미러에 장착된 100만 화소급 카메라는 테스트차량 전방에 주행하는 차량의 속도와 방향 등을 인식한다. 현대모비스 제공
3개월 전 기아자동차 K7을 구매한 박인애 씨(29·여·서울 강서구)는 ‘어라운드 뷰 모니터(AVM)’가 없었다면 주차를 어떻게 했을까 싶다. 차량 앞뒤의 고화질 카메라가 실내 디스플레이에 선명한 영상을 보내주니 주차에 대한 두려움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박 씨는 “주변의 다른 여성 운전자들도 차를 고를 때 주행성능보다 다양한 기능부터 살펴보는 편”이라고 전했다. 영상처리 소프트웨어(SW)와 통신기술이 융합해 자동차에 새로운 가치를 제공한 것이다.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이 산업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 됐다. 이미 ICT가 빠진 자동차, 선박을 상상하기란 힘들어졌다. ICT 융합은 제조업을 넘어 모든 산업에 걸쳐 거대한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 한국, 모든 산업 영역에서 ICT 융합 진행 중

본보가 29일 입수한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의 ‘2013년 융합생태계 실태조사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ICT 융합을 기반으로 올린 제품 및 서비스 매출액은 2012년 265조6323억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 전 산업 매출액인 2233조 원의 11.9%에 해당하는 수치다.

KEA는 지난해 하반기(7∼12월) 국내 1만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ICT 융합 매출액, 연구개발(R&D) 투자비, 인력규모 등을 조사해 올 3월 미래창조과학부에 최종 보고했다. 국내 전 산업부문에 걸친 ICT 융합 실태가 공식 조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ICT 융합 매출액은 2016년에는 424조1147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ICT 융합을 통한 제품 및 서비스 매출액이 2012년 이후 4년 사이 연평균 12.4%, 총 59.7% 늘어나는 것이다.

ICT 융합은 이미 전 산업부문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른바 ICT 융합이 전방위적으로 진행 중이다. ICT 융합과 관련한 국내 R&D 투자비도 연평균 10.7%씩 증가해 2016년에는 14조 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ICT 융합이 가속화하면서 산업 부문 간의 전통적인 경계도 빠르게 허물어진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장항배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는 “스마트 카의 경우 자동차이기도 하지만 점차 전자기기의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며 “융합의 속도를 반영하기 위한 새로운 산업분류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소프트웨어로 쏠리는 자동차 무게중심

ICT와의 융합이 가장 활발한 곳은 단연 자동차산업이다. 미국에서는 “자동차산업의 핸들은 이미 디트로이트에서 실리콘밸리로 넘어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국내 자동차업계의 맏형인 현대자동차그룹도 올 초 삼성전자 출신인 김재범 현대오트론 최고운영책임자(부사장)와 황승호 현대차 차량IT서비스사업부장(부사장) 등을 잇달아 영입해 SW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26일 찾은 경기 용인시 기흥구 마북로 현대모비스 연구개발본부에선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SW 테스트에 한창이었다. 서성진 현대모비스 책임연구원은 이날 카메라 기술을 활용한 ‘차량 통합영상인식 장치’를 점검하기 위해 직접 주행테스트에 나섰다. 백미러 뒤에 설치한 전방 카메라는 차선과 장애물 등 도로환경은 물론이고 전방 차량의 속도와 이동방향까지 인식해 운전자에게 실시간 위험 정보를 전달한다.

실제 앞서가던 싼타페 차량이 속도를 갑자기 줄이자 전방카메라와 연결된 테스트용 디스플레이 화면에 나타난 싼타페 차량의 주변 테두리가 푸른색에서 붉은색으로 바뀌었다. 현재 속도를 유지하면 3초 후 싼타페 차량과 추돌한다는 경고다. 서 책임연구원은 “실제 차량에 적용되면 운전자 시선 분산을 우려해 영상 대신 경고음이나 핸들 떨림 등으로 운전자에게 정보를 전달하게 된다”며 “이르면 내년에 나올 신차에 차량 통합영상인식 장치를 탑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는 차량용 카메라센서 전문업체인 베라시스 등 6개 중소기업과 협업해 이 시스템을 개발했다. 베라시스는 현대모비스와 함께 개발한 기술을 바탕으로 차량이탈경고시스템(LDWS)을 포함한 첨단 블랙박스를 출시해 관련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이석주 현대모비스 영상합성설계팀 책임연구원은 “AVM과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등이 자동차에 장착되면서 차량 내 데이터 전송량이 급증하고 있다”며 “최근 자동차 부품회사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최고 성능의 차량용 반도체를 발 빠르게 적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ICT 융합 매출… 2012년 265조, 年 12%씩 성장 ▼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ICT를 융합한 스마트카 시장 규모는 2010년 394억 달러에서 2019년 783억 달러로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관 자동차부품연구원 스마트자동차기술연구본부장은 “스마트카 시장이 확대되자 자동차업체와 ICT 업체 간 특허침해 소송도 늘고 있다”며 “국내의 풍부한 ICT 지식재산권을 활용해 스마트카 분야의 기술을 선점할 수 있는 산업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스마트십으로 중국의 추격을 뿌리친다

육상에서 ICT 융합의 꽃이 스마트카라면 해상에는 스마트십이 있다. 특히 중국의 무서운 추격을 받고 있는 국내 조선업체에 스마트십은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다.

2011년 스마트십 1.0을 개발한 현대중공업은 내년까지 스마트십 2.0 버전 개발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스마트십 1.0은 선박 내 엔진, 제어기 등 각종 장치의 정보를 위성을 통해 육상에서 실시간 모니터하는 게 핵심이다. 2.0 버전은 한 걸음 나아간다. 다양한 SW를 탑재해 날씨, 파도 등을 고려한 최적의 운항 경로와 연료소비효율 절감을 위한 효율적 운항을 돕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이 7월 개발한 ‘충돌 회피 지원시스템(HiCASS)’은 운항 안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DSME 링크’라는 통합관리시스템을 개발해 신규 선박에 적용하고 있다. 육상의 해양 모니터링 및 지원센터에서 반잠수식 시추선, 드릴십, LNG 운반선 등 각종 해양플랜트와 선박의 수많은 장비를 실시간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4월 원거리 선박의 영상정보를 통해 해적 여부를 판단하는 ‘지능형해적방어시스템(DAPS)’도 개발했다.

장석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조선업체들은 단순한 스마트십에만 머물러서는 중국을 완전히 따돌릴 수 없다”며 “세계 최고의 ICT 강국답게 선박 건조 노하우, 선박 내 커뮤니케이션 등까지도 모두 데이터베이스화해 업계를 지속적으로 리드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ICT 융합이란 ::

각 산업부문의 제품 및 서비스를 개발, 생산, 판매하는 과정에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는 것.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ICT#선박#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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