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아경기]한국 테니스의 새 횃불, 임용규-정현 타올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30일 03시 00분


남자복식 28년만에 감격의 우승… 노메달 우려 딛고 재도약 발판 마련
이형택 “나도 못한 일 해내다니…”

코트에도 휘날린 태극기 테니스 대표팀의 임용규(당진시청·앞)와 정현(삼일공고)이 29일 인천 열우물코트에서 열린 남자 복식 결승에서 인도 팀을 꺾고 아시아경기 이 종목에서 28년 만에 우승한 뒤 태극기를 들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인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코트에도 휘날린 태극기 테니스 대표팀의 임용규(당진시청·앞)와 정현(삼일공고)이 29일 인천 열우물코트에서 열린 남자 복식 결승에서 인도 팀을 꺾고 아시아경기 이 종목에서 28년 만에 우승한 뒤 태극기를 들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인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임용규(23·당진시청)와 정현(18·삼일공고)이 자신의 우상인 이형택(38)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국 테니스에 새로운 희망을 밝혔다. 임용규와 정현은 29일 인천 열우물코트에서 열린 테니스 남자 복식 결승에서 인도의 사남 싱-사케스 미네니 조를 2-0(7-5, 7-6)으로 꺾고 우승했다. 한국이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낸 것은 임용규와 정현이 태어나기도 전인 1986년 서울 대회 때 김봉수-유진선 이후 28년 만이다.

한국 테니스의 살아있는 전설 이형택이 ‘형택 키즈’ 정현과 임용규의 시상식을 보며 관중석에서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인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한국 테니스의 살아있는 전설 이형택이 ‘형택 키즈’ 정현과 임용규의 시상식을 보며 관중석에서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인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임용규와 정현은 한국 선수로는 사상 첫 메이저대회 16강에 진출, 남자 프로테니스(ATP)투어 우승 등의 위업을 이룬 이형택을 롤 모델로 삼은 ‘형택 키즈’였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이형택은 까마득한 후배들이 자신도 이루지 못했던 남자 복식 정상에 서는 모습을 지켜보며 감격스러워했다.

한국 남자 테니스는 아시아경기 금메달을 중요한 전환점으로 삼았다. 1998년 방콕 아시아경기 때 외환위기로 이형택과 윤용일 등이 몸담고 있던 삼성물산은 테니스부 해체까지 검토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아시아경기 남자 단체전 우승을 차지하면서 생사의 고비를 넘겼다. 이형택은 당시 우승으로 군 면제 혜택을 받아 해외 진출의 길을 열었다.

이형택 이후 이렇다 할 유망주가 없어 침체에 빠졌던 한국 테니스는 이번 아시아경기를 자칫 노메달로 끝낼 뻔했으나 임용규와 정현을 앞세워 재도약의 전기를 마련했다. 삼성증권의 후원을 받고 있는 정현은 “꿈만 아니길 바란다. 더 큰 세상을 향한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임용규는 “아시아경기 우승에 모든 걸 걸었다. 아직도 테니스 하면 (이)형택이 형을 생각하는데 형을 뛰어넘는 게 목표다. 이제 다시 출발”이라고 다짐했다.

이형택은 “가슴 졸이며 경기를 봤다. 테니스에 대한 관심이 다시 올라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재능 있는 후배들이 마음껏 날개를 펼칠 수 있게 됐다”며 흐뭇해했다. 이형택은 아시아경기에서 단체전 금 2개와 개인전에서는 단식 은 2개, 복식 은메달 2개를 땄다.

임용규는 주니어 시절 국내 최고 권위의 장호배를 4년 연속 우승하며 ‘제2의 이형택’으로 불렸다. ‘테니스 가족’으로 유명한 정현은 아버지가 정석진 삼일공고 코치이고 형은 건국대 테니스 선수인 정홍이다. 정현 역시 어려서부터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인천=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테니스#남자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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