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대표 “총의 모아진 바 없다”… 3시간 협상 꼬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30일 03시 00분


[與-野-유가족 3자 회동]긴박했던 협상장 안팎
박영선 원내대표 새 협상안 제시에… 與 “협상 주체를 명확히 해달라”
유가족, 朴에 全權줄지 즉답 안해… 朴 “그만 두겠다” 한때 눈물 비쳐

협상장 나온 여야 원내대표 29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열린 여야 및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의 3자 
회동을 마친 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왼쪽 사진 왼쪽)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오른쪽 사진)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와 세월호 가족대책위는 30일에 다시 만나 세월호 특별법 처리 및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사진공동취재단
협상장 나온 여야 원내대표 29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열린 여야 및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의 3자 회동을 마친 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왼쪽 사진 왼쪽)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오른쪽 사진)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와 세월호 가족대책위는 30일에 다시 만나 세월호 특별법 처리 및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여야 원내대표와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가 한자리에 모여 협상을 벌인 것은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166일 만이었다. 29일 오전 3자 회동이 전격적으로 합의되면서 극적인 합의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커졌지만 3시간여 동안의 만남에서도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향후 여당은 국회 본회의 처리가 시급한 민생법안 30개와 정부조직법 등 현안 법안과 세월호 특별법을 연계해 일괄 타결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야당은 연계 처리는 없다는 방침이 확고해 향후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야당에서 특검 추천권 새 협상안 제시

새누리당은 26일 본회의 법안 처리가 무산된 후 30일 본회의까지 여야 협상에 임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29일 오전 9시 최고위원회의에서 기류가 변했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여야) 원내대표는 안 만날 이유가 없다”며 “그것이 여당의 책무이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고 말했다. 서 최고위원 발언 직후 이완구 원내대표는 “양당 원내대표 간에 소득이 있든 없든 이유 없이 만나겠다”고 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이날 오전 9시 비대위 회의에서 여야 대화채널 복원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새정치연합과 유가족이 ‘공감대를 형성한 세월호 특별법’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유가족과의 두 차례 만남에서 8월 19일 안을 토대로 유가족을 조금 안심시킬 수 있는 대안을 마련했고, 그래서 새누리당에 만나자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여야 원내대표 회동이 오전 10시 20분경 이뤄졌고, 이 자리에서 박 원내대표는 특별검사 추천위원 7명 중 여당 몫인 2명에 대해 야당과 유가족이 제시하는 10명 중에서 2명을 고르는 안을 협상 테이블에 가져왔다고 한다. 특검추천위가 추천한 후보에 대한 일종의 ‘거부권’을 여야 모두에 부여하는 방안도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원내대표는 “절대 받을 수 없다”고 반대했고 박 원내대표가 “유가족 입장이 변했다”고 받아치면서 잠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 원내대표는 유가족이 박 원내대표에게 협상전권을 줬는지에 대해서도 따져 물었다. 결국 여야 원내대표는 즉석에서 전명선 가족대책위원장과 통화했으며 결국 3자 회동에 합의했다.

○ 유가족 측 “총의 모아지지 않았다”

오후 3시 반경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여야 원내대표와 마주 앉은 전 위원장은 새로운 협상안에 대해 “유가족 총의가 모아진 바 없다”고 밝혔다. 심지어 3자 회동에 참석한 유가족 7명 중 일부가 “박 원내대표에게 협상의 전권을 부여할지도 유가족의 뜻을 모아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이 꼬이자 박 원내대표는 눈물을 보이며 “그만두겠다”는 말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유가족 측은 “총회를 열어 의견을 모으겠다”고 했고 오후 6시 반경 3자 회동도 막을 내렸다.

이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30일에도 대화가 좀 필요할 것 같다. 유가족 대표단이 유가족 총회에서 총의를 모아 다시 대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박 원내대표는 협상이 결렬된 이유는 함구하면서 “협상은 여야가 하는 것”이라며 “제3자가 끼는 것은 국회에서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결국 이날 3자 회동은 박 원내대표가 유가족 측으로부터 전권을 부여받아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지조차 명확하지 않아 유가족 총회 이후 다시 만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유가족들이 총회에서 구체적인 여야 협상안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아니다”며 “협상을 하는 현재 상황, 분위기, 절차를 설명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3자 회동 직후 의원총회를 열어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의총에서 의원들은 유가족 총회와 30일로 예정된 2차 3자 회동 결과에 따라 본회의 참석 여부를 정하기로 뜻을 모았다.

강경석 coolup@donga.com·손영일·배혜림 기자
#유가족#박영선#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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