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9시 5분경 관광객 105명과 선원 등 110명을 태운 유람선 바캉스호가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항 앞 1.5km 해상에서 암초에 부딪쳐 좌초됐다. 마침 유람선과 어선의 도움으로 전원 구조돼 천만다행이지만 세월호 참사 다섯 달 만에 또 대형 해상 사고가 날 뻔했다. 자세한 사고 경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만일 사고 지점이 홍도 앞바다가 아니라 먼바다였다면 어찌됐을지 아찔하다.
선장과 선원들은 승객들의 구조를 도왔으나 당국의 대응은 이번에도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좌초한 바캉스호에서 승객을 구조하는 일은 100m 인근에 있던 유람선 썬플라워호와 조업 중인 어선들이었고, 해경 함정은 구조가 마무리된 뒤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바캉스호는 일본에서 1987년에 제작된 선령(船齡) 27년의 노후 선박인데도 세월호 참사 한 달 뒤인 5월 16일 ‘10년 면허’를 받아 운항을 시작했다. 당시 홍도 주민 70여 명은 “바캉스호가 낡아 암초가 많은 홍도 인근 운항에 적합하지 않다”며 허가를 내줘선 안 된다고 목포 해경에 탄원했지만 묵살당했다. 일본에서 들여온 중고 여객선을 증·개축해 정원을 350명에서 500명으로 늘린 과정도 세월호와 흡사하다.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주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해경이 운항 면허를 내준 이유가 대체 뭔지 조사해야만 한다.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의 대한민국은 달라야 한다는 것이 온 국민의 합의였고 염원이었다. 그러나 세월호 유가족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정치적으로 변질된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 매달리는 사이, 정작 해상 안전과 당국의 대처능력은 거의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 이번 사고로 드러났다. 사고 직후 승객이 119와 112에 구조 요청 전화를 걸었지만 구조 체계는 작동하지 않았다. 당국의 구조 체계까지 여전히 뻥 뚫려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국민 안전에 대한 것도 참 심각한데, 지금 해경도 중간에 떠 있는 상태”라며 “이러다가 대형 사고라도 또 나게 되면 정말 눈앞이 아찔하다”면서 안전 관련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여당에 당부한 바 있다. 법안 처리도 필요하지만 정부가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제대로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무엇이 달라졌는지, 정부는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국민이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