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한국 정구를 꺾을 수 있는 건 역시 한국 정구뿐이었다. 얼굴은 바뀌었지만 한국이 남녀 단식을 석권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2014 인천 아시아경기 개막 전만 해도 김동훈(25·문경시청)과 김애경(26·NH농협은행)이 각각 단식 정상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김형준(24·이천시청)과 김보미(24·안성시청)가 주인공이었다. 정구에서 남녀 모두 단식 정상에 오른 건 2002 부산대회 이후 처음이다.
두 선수는 준결승에서 각각 김동훈과 김애경을 꺾고 결승에 올라 금메달을 따냈다. 김형준은 30일 열우물정구장에서 열린 단식 준결승전에서 타이브레이크 접전 끝에 김동훈을 4-3으로 꺾었고, 앞서 열린 여자 단식 준결승전에서 김보미가 김애경을 4-1로 이겼다. 정구는 이번 대회서 스포츠 약소국을 지원하는 ‘비전 2014’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준결승전이 사실상 결승전과 다름없었다. 시드 배정을 통해 메달을 딸 수 있도록 배려한 토너먼트 반대 조에서 결승전에 올라오는 선수는 상대적으로 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형준은 “결승전 경기가 끝나고 동훈이 형이 먼저 와서 축하해주더라. 동훈이 형한테 정말 고맙고 미안하다”며 “연습할 때는 4 대 6 정도로 졌다. 경기 전에 동훈이 형한테 ‘멋진 경기 하자’고 말하면서 경기가 끝나면 진심으로 형을 축하해주려고 했다. 그런데 욕심을 버리고 경기한 게 도움이 돼 오히려 결과가 반대로 나오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김보미는 “결승에서 이기는 게 애경이 언니에 대한 미안함을 더는 길이라고 생각했다”며 “우승하고 경기장을 찾은 부모님을 찾아뵈니 눈물이 글썽하시더라. 잘 키워주신 보답을 한 것 같아 기뻤다. 또 하루도 빼놓지 않고 전화해 ‘할 수 있다. 힘내라’고 해준 안성시청 동료들과 감독님, 그리고 남자친구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복식 경기에는 출전하지 않는 두 선수는 한목소리로 “남녀 단체전 동반 우승으로 동료 선수들 모두와 금메달의 기쁨을 함께 누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 동료애야말로 한국 정구가 세계 최강이 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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