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박성원]문희상, 김현의 버르장머리는 개작두로 안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3일 03시 00분


박성원 논설위원
박성원 논설위원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그들은 대리기사를 국가정보원 요원이라고 불렀다. 정장 차림에 이어폰을 착용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은 대리기사에게 ‘내가 누군지 아느냐’고 물었다.”

지난달 25일 CNN 온라인판 i-리포트에 ‘이상한 나라 앨리스, 대한민국’이라는 제목 아래 실린 기사 내용이다. 세월호 유가족과 김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대리기사 폭행 논란 얘기다. 어찌 보면 단순한 여의도 골목 주폭(酒暴) 사건 같은 게 세월호 유족과 국회의원이 끼어들면서 대한민국을 이상한 나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걸핏하면 ‘특권 없는 세상’ 운운하며 을(乙)을 위한 정당을 자처한 새정연으로서는 소속 의원이 사회적 약자 중의 약자인 대리기사 집단 폭행의 발단을 제공했다는 것만으로도 부끄러워할 일이다. 폭행보다 심상치 않은 것은 사건의 처리 과정이다. 사건 당시 김 의원은 출동한 경찰에게 통상의 폭행사건 처리와 달리 “(지구대가 아닌 경찰서) 형사계로 (데려)가라”고 했다는 증언이 있다. 경찰이 데려간 사람들은 가해자인 유가족과 일행이었던 김 의원이 아니라 얻어맞은 대리기사와 폭행을 말리던 2명의 행인이었다.

경찰은 피해자들이 밤샘조사를 받는 동안 가해자인 유족들은 병원으로 데려갔다. 김 의원은 잠시 경찰서에 나타났지만 조사를 받으러 온 것은 아닌 듯했다는 목격담이 나왔다. 경찰을 관할하는 국회 안전행정위원으로서 수사를 독려하기 위한 것이었을까? 김 의원은 사건 발생 후 6일 동안 아무런 조사도 받지 않다가 경찰의 뒤늦은 출석 요청에 하루 앞서 기습 출두를 했다. 처음 2시간 동안은 민원실이나 참고인 대기실이 아닌 형사과장실에서 머물렀다. 거기서 누구를 만나 무슨 얘기를 나눴을까.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캐묻는 새정연이 김 의원의 2시간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궁금증을 정치 공세라고만 일축할 수 있을까? 김 의원이 처음부터 경찰의 상전 노릇을 하는 국회 안행위원으로서 특별 대우를 받고, 경찰 수사에 모종의 영향력까지 행사하려 한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의구심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그 파괴력은 폭행 연루 정도에 비할 바가 아닐 것이다.

국회윤리실천규범(10조)은 ‘국회의원이 심의대상 안건과 직접 이해관계를 갖는 경우 관련 활동에 참여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내에서까지 김 의원의 안행위원직 사퇴 요구가 나오는 것도 일종의 제척(除斥)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상원에서는 올 4월 뇌물수수와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민주당 소속 3명의 의원이 사퇴를 거부하자 같은 당 의원들이 앞장서 직무정지를 의결했다.

폭행과 무관하다고 주장하며 버티는 김 의원이야 그렇다 쳐도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떳떳하지 않아 보인다. 문 위원장은 취임 직후 “초·재선 중에 너무 막 나가는 의원이 많다.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 “해당(害黨) 행위자는 개작두로 치겠다”면서 기강확립을 통한 당의 신뢰 회복을 강조하지 않았던가.

문 위원장은 ‘얼굴은 장비, 머리는 조조’라거나 ‘포청천’이라는 인상평을 은근히 즐긴다. 그런 문 위원장이 연일 김 의원에 대한 견해를 묻는 기자들에게 “쟁점이 겹치면 안 된다”만 되풀이하며 답변을 회피한다. 장비나 조조가, 더욱이 포청천이 이런 캐릭터였던가.

새누리당은 최근 창원시의 야구장 입지 변경에 불만을 품고 안상수 창원시장에게 계란을 던진 시의원을 탈당 권유 형식으로 사실상 출당 조치했다. 입으로만 혁신에, 말로만 비상일 뿐 정작 비상이라는 상황 인식이 안 보이는 비대위원장에게서 10%대까지 꺼진 당 지지율 회복과 제1야당의 수권 기반 마련을 기대할 수 있을까.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
#문희상#김현#대리기사 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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