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야구 대표팀에 대해 논란이 많다. 여러 이유 중 하나는 다른 종목 선수들에 비해 쉽게 병역면제 혜택을 받았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대만과의 결승전 7회까지를 제외하고는 대표팀이 우승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준결승전까지 대표팀은 모두 큰 점수 차로 손쉬운 승리를 챙겼다. 물론 대표팀 선수들의 잘못은 절대 아니다. 문제는 다른 팀들이 한국에 비해 기량이 너무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논란은 이번 대회가 마지막이 될지 모른다. 야구의 아시아경기 퇴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에서는 이미 2012년부터 제외됐다.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인간의 한계에 도전한다는 스포츠의 숭고한 정신은 올림픽을 포함한 주요 국제대회에서 퇴색된 지 오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올림픽 종목 채택 기준은 얼마나 많은 중계료 수입을 가져다줄 수 있느냐다. 야구는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국가가 소수인 데다 그나마 최고 기량을 갖춘 메이저리거들은 메이저리그 일정 때문에 출전하지 못해 흥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IOC가 지난해 초 지루한 경기 방식의 레슬링을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퇴출시키려 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행히 세트제를 총점제로 바꾸는 등 흥미를 끌도록 경기 규칙을 변경한 덕분에 레슬링은 살아남았다.
사격 권총도 올해부터 결선 성적과 본선 성적을 합산하는 방식을 버리고 서바이벌 방식을 채택했다. 결선 진출자 8명을 한 명씩 순차적으로 탈락시켜 극적인 재미를 노린 것이다. 지난달 초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권총 50m 세계신기록을 세웠던 진종오는 이번 아시아경기 같은 종목에서 본선 1위로 결선에 진출했지만 7위에 그쳤다. 이전 같았으면 본선 성적의 힘으로 색깔에 관계없이 메달은 충분히 목에 걸 수 있었다. 진종오는 억울하겠지만 국제사격연맹은 의외성을 통한 흥미 유발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게 됐다.
의외성 변수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종목은 양궁이다. 국제양궁연맹은 288발을 쏴 기록을 합산하는 개인전 규칙을 1987년 36발만 쏘는 방식으로 바꿨다. 1993년에는 일대일 대결을 벌이는 토너먼트제를 도입했다. 이번 아시아경기에서는 24발의 기록을 합산하던 단체전 규칙을 세트당 6발을 쏴 승리한 세트 수로 승부를 가리게 바꿨다. 이유는 하나다. 1980년대부터 지속되고 있는 ‘한국=우승’ 공식에서 탈피해 흥미를 높이자는 것이다. 실제 이번 대회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한국 남자 양궁 리커브 대표팀은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땄다.
결과의 의외성을 높이는 변화는 실력이 출중한 강자들에게는 탐탁지 않은 변수다. 단 한 번의 실수로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몰론 실수도 실력이라면 할 말은 없지만.
하지만 변화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항상 승자가 변하지 않는 경기는 퇴출될 수밖에 없다. 어린 시절 골목에서 하던 놀이도 항상 결과가 같으면 더이상 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처음 채택된 양궁 컴파운드에서 한국은 금메달 4개 중 2개를 차지했다. 아쉬울 수 있겠지만 양궁계 인사들은 “오히려 잘됐다”고 했다. 4개를 독식했다면 다음 대회에서 종목이 없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퇴출된 뒤에는 메달도 기쁨도 없다. 내 승리만을 생각하는 것에서 벗어나 공존의 지혜가 필요한 이유다. 그렇다고 일부러 져 주라는 것은 아니다. 돈을 챙기려는 IOC의 불순한 의도에서 비롯됐지만 약자에게 기회와 희망을 줄 수 있는 변화는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변화에 빨리 적응하는 것이다. 한국 양궁이 30년 넘게 정상을 지켜오고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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