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가슴곰의 귀에 부착하는 위치추적용 주파수 발신기. 산속의 탁 트인 지역에서는 약 7km 떨어진 곳까지 신호가 전달된다.
3개 도(경남 전남 전북)에 걸쳐 있는 지리산은 국립공원 지역으로 설정된 면적만 483km². 국내 21개 국립공원 중 다도해해상국립공원(2226km²)과 한려해상국립공원(535km²) 다음으로 넓다. 육상 국립공원 중에서는 제일 넓다.
종복원기술원(기술원)은 여의도 면적의 160배가 넘는 지리산에서 31마리뿐인 반달가슴곰을 어떻게 추적하고 관찰할까. 반달가슴곰의 이동 경로와 행동권, 겨울잠을 자는 장소, 올무나 덫에 걸린 개체 확인 등을 위해 추적과 관찰이 필요하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활용하면 간단히 해결될 것 같지만 사정은 그렇지 않다. 반달가슴곰이 주로 서식하는 지리산 해발 900∼1000m 지역은 나무가 우거지고 골짜기도 많아 GPS의 수신율이 평지에 비해 떨어진다. 이 때문에 비싼 GPS기기 값에 걸맞은 성능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곰에게 채우는 GPS기기 한 대 값은 400만 원가량이다.
덩치가 작은 어린 곰에게는 이 GPS기기를 달지 못한다는 문제도 있다. 곰에게 다는 GPS기기는 목걸이 형태다. 아직 다 자라지 않은 곰의 목에 기기를 채우면 몸집이 자라면서 목이 졸리는 문제가 생긴다.
실제 복원사업 초기에는 이런 문제를 예상하지 못해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GPS기기는 웬만큼 다 자란 네다섯 살 이상의 곰에게 채운다. 31마리 중 GPS기기를 달고 있는 곰은 많지 않다.
이런 사정 때문에 GPS보다는 주파수 발신기가 더 많이 활용된다. 기술원은 곰마다 고유 주파수를 부여한 발신기를 곰의 귀에 부착해 위치를 추적한다. 발신기는 생후 9, 10개월이 지나 몸무게가 15kg 정도 되는 어린 곰에게도 달 수 있다. 주파수 발신기를 이용한 추적은 GPS와 달리 사람이 직접 산속을 돌아다녀야 하는 수고가 따르지만 어쩔 수 없다.
기술원은 2인 1조로 짝을 이룬 3∼5개 추적팀이 거의 매일 안테나와 주파수 수신기를 들고 산속으로 들어간다. 2인 1조인 이유는 서로 다른 지점에서 신호를 붙잡은 두 안테나의 끝이 가리키는 직선 방향을 따라가야 교차 지점에서 곰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추적팀원들은 험한 산길을 하루에 10km가량 걷는다.
매일 곰을 쫓아다니면서 추적 노하우를 쌓은 기술원 추적팀은 2010년 서울대공원 우리를 탈출했던 말레이곰 ‘꼬마’를 붙잡을 때 실력을 발휘했다. SOS 요청을 받은 추적팀은 “곰을 자극하면 붙잡기가 더 어려워진다”면서 현장에 투입돼 있던 수백 명의 수색대원과 헬기, 수색견을 모두 물러나게 한 뒤 꼬마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곳에 포획틀을 설치해 붙잡았다.
기술원은 지난해부터 무인카메라(77곳)와 모근 수집용 헤어트랩(22곳)을 설치해 간접 추적도 병행하고 있다. 야생에서 적응력을 키운 곰들의 서식영역이 점점 넓어지면서 주파수 발신기를 활용한 추적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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