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농구, 이란에 극적인 역전 우승
종료 1분 전 5점 뒤져 패색 짙었지만 양동근-김종규 잇달아 3점 역전 성공
부상 조성민도 고비마다 장거리포… 2일 여자 이어 사상 첫 동반 금메달
“테이핑하고 죽어라 뛰어야죠.”
3일 인천 아시아경기 남자 농구 결승전을 앞둔 남자 농구 대표팀 슈터 조성민에게 안부 문자를 보냈더니 비장한 답이 돌아왔다.
이란과의 결승전에 나선 조성민은 접질린 오른손 새끼손가락이 다시 꺾이지 않도록 얇은 석고 틀을 입혀 고정시켰다. 조성민은 일본과의 4강전에서 손가락 인대가 파열됐다. 손가락이 부어 힘을 주지 못하자 ‘자유투의 달인’으로 꼽히는 조성민은 일본전 막판 자유투를 놓쳤다. 대표팀 주득점원의 부상에 유재학 감독도 걱정이 컸다. 유 감독은 결승 전날 휴식시간에도 조성민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 상태를 점검했다.
218cm 공룡 센터 하다디(14점)를 중심으로 내외곽이 두루 강한 이란을 맞아 유 감독은 조성민의 활약을 특히 기대했다. 초반부터 이란의 수비를 흔들기 위해서는 조성민의 정확한 야투가 절실했다. 가드와 센터 연계 플레이로 수비를 끌어낸 뒤 빈 공간을 찾아들어간 후 조성민의 슛 찬스를 만드는 전술을 경기 전날 집중적으로 가다듬었다. 경기 전 조성민은 “센터들이 하다디를 외곽으로 끌고 나오면서 생긴 빈 공간을 잘 활용하는 게 관건”이라며 “외곽 슛이 터져준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유 감독의 구상은 들어맞았다.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벌어진 결승전에서 1쿼터 양동근과 김종규의 플레이에 이란 수비가 집중되자 양쪽 사이드에서 조성민에게 슛 기회가 열렸다. 시작부터 기선을 제압하는 3점포를 터뜨린 조성민은 1쿼터 종료 직전에도 호쾌한 3점포를 성공시켜 팬들을 열광시켰다.
2쿼터 27-30으로 뒤진 상황에서는 밀착수비를 뚫고 득점한 뒤 보너스 자유투까지 얻어 30-30으로 균형을 맞췄다. 상대가 전담 밀착 마크로 나오며 다소 고전했지만 조성민은 기어코 제 역할을 했다. 3쿼터 막판 58-63으로 점수가 벌어지자 극적인 추격 3점포를 꽂으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한국의 끈질긴 추격은 드라마틱한 승리를 낳았다. 이란 닉 카바라미(30점)의 활약으로 4쿼터 종료 1분여를 남겨두고 70-75로 끌려간 한국은 양동근(8점)의 3점포로 추격했다. 한국은 36초 전 김종규(17점)가 골밑 득점과 보너스 자유투까지 얻어내며 76-75로 극적인 역전에 성공했다. 문태종(19점)의 자유투로 점수 차를 벌린 한국은 이란의 마지막 공격을 육탄방어로 막아내며 79-77로 경기를 끝냈다. 12년 만의 감격적인 금메달이었다. 2일 여자 농구에 이어 남자에서도 금빛 포옹을 일궈낸 한국 농구는 아시아경기에서 첫 남녀 동반 금메달을 차지했다.
고비마다 16점, 4도움을 올리며 부상 투혼을 발휘한 조성민은 “내 생애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은 순간”이라며 감격에 젖었다. 조성민은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받고 관중석을 바라봤다. 관중석에는 내년 봄 출산 예정인 아내가 손에 땀을 쥐고 남편의 경기를 지켜봤다. 금메달을 목에 걸어주기로 한 약속을 지킨 안도감에 조성민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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