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으로 평가받는 한국 양궁은 인천 아시아경기를 앞두고 전 종목(금메달 8개) 석권을 목표로 세웠다. 대한양궁협회는 그 가운데 오진혁과 이승윤, 구본찬이 출전하는 리커브 남자 단체전을 확실한 금메달 종목으로 꼽았다. 국제대회 성적과 선수들의 기량 등을 볼 때 역대 최강 전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정다소미, 이특영, 장혜진 등 신예들로 구성된 여자 리커브 대표팀에 대해서는 기대보다 걱정이 앞섰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정반대였다. 남자 대표팀은 단체전 4강전에서 중국에 덜미를 잡혔다. 세계랭킹 1위 이승윤도 개인전에서 일찌감치 탈락했다.
이에 비해 여자 대표팀은 승승장구하며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개인전에서도 정다소미와 장혜진이 사이좋게 금, 은메달을 나눠 가졌다.
여자 양궁은 컴파운드에서도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했다. 오진혁이 리커브 남자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면 이번 대회 양궁은 여자 선수들만의 잔치가 될 뻔했다. 협회 관계자는 “한국 여자 선수들에게는 뭔가 특별한 게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궁뿐 아니다. 이번 대회에서는 거의 전 종목에 걸쳐 한국 여자 선수들의 파워가 빛을 발했다. 역시 전 종목 석권을 목표로 했던 골프에서 나온 유일한 금메달은 여자 개인전의 박결뿐이었다. 한국 여자 농구 대표팀은 2일 중국을 넘어 20년 만에 아시아경기 금메달을 차지했다. 여자 배구 대표팀 역시 같은 날 중국을 세트 스코어 3-0으로 완파하며 20년 만에 금메달을 가져왔다. 여자 핸드볼과 여자 하키 역시 금메달의 주인공이었다.
그나마 한국 남자들의 자존심을 살려준 것은 축구와 농구다. 남자 축구 대표팀은 당초 약체로 평가됐고, 예선전에서도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였다. 하지만 북한과의 결승전에서 연장 후반 종료 직전 터진 임창우의 결승골로 극적인 금메달을 차지했다. 남자 농구도 아시아 최강 이란을 두 점 차로 꺾고 우승했다.
한편 각각 8개의 금메달을 따내며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사격과 펜싱에서는 남녀 모두 사이좋게 4개씩의 금메달을 따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