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市, 1조7502억원 떠안아야
주경기장, 쇼핑몰 등 상업시설 유치
선학체육관은 빙상장 변신하지만 수익 장담 못하고 개조 예산도 필요
잔치는 끝났다. 이제 ‘빚잔치’를 시작할 때다.
인천 아시아경기에 들어간 돈은 국비를 포함해 총 2조2056억 원이다. 이 중 인천시가 떠안아야 할 금액은 1조2523억 원이고, 이자를 포함하면 1조7502억 원이다. 인천시 113만 가구가 약 154만 원씩을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이미 부채 13조 원을 안고 있는 인천은 2029년까지 돈을 모두 갚아야 한다. 2012 런던 올림픽을 유치하면서 가구당 40만 원을 부담하게 됐던 영국은 지난해 부가세를 2.5%포인트 인상하며 모자란 재원을 충당했다. 인천시는 아직 증세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 대신 신축 경기장 16곳 중 6곳(37.5%)을 수익형 모델로 바꿔 재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4500억 원을 들여 새로 지은 아시아드 주경기장에는 쇼핑몰, 컨벤션센터, 예식장, 영화관 등 상업·편의 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아시아드 주경기장이 접근성이 떨어지고, 유동인구도 많지 않은 지역에 자리 잡고 있어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핸드볼 경기를 치른 선학체육관은 국제빙상장으로 변신할 계획이다. 인천시는 국제 빙상 대회를 유치하고 전문 선수는 물론이고 일반인들에게도 개방해 수익을 올리겠다는 복안이다. 문제는 이렇게 시설을 바꾸려면 먼저 예산을 투입하고 나중에 발생하는 수익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 인천시 관계자는 “이미 재정 상태가 심각한 상황이라 언제 예산을 확보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전했다.
생활 체육 공간으로 탈바꿈하기로 한 경기장들도 선학체육관과 똑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전문 체육 시설을 일반 체육 시설로 바꾸려면 리모델링이 필요하고, 자연스레 예산이 필요하다. 여기에 안전 요원 등 상시 운영 인력도 채용해야 한다. 역시 돈이 들어가야만 한다. 전문가들은 신설 경기장을 포함해 이번 아시아경기 때 사용한 인천시내 경기장 26곳을 운영하는 데 연간 157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광우 KAIST 교수는 “(대형 스포츠 행사를 유치하고 나면) 경기장 건설 등에 막대한 지출을 하지만 대회 이후 이 시설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오히려 유지·관리에 거액을 쏟아 부어야 하기 때문에 경제 성장 모멘텀이 사라진다”며 이를 ‘승자의 저주’라고 이름 붙였다. 현재 인천이 처한 상황이 딱 이렇다.
이에 대해 유정복 인천시장은 “16일 동안 대회를 치르려고 2조 원이 넘는 돈을 투자한 게 아니다. 부정적인 평가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보완할지 고민해야 한다. 아시아경기뿐 아니라 모든 일을 하는 데 중요한 건 책임감”이라고 말했다. 올 6월 당선된 유 시장으로서는 전임자들이 남긴 숙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유 시장은 6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장 활용 방안 및 구체적인 예산 투입 방안에 대해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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