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의 전반적인 하락세(원화가치는 상승세)와 경기 침체로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으면서 올해 세수(稅收) 부족 규모가 지난해를 넘어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내년에도 세수 부족 사태가 이어져 장기화한 ‘세수 펑크’가 경기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 국세청과 관세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명재 의원(새누리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세수 진도율은 국세청이 58.2%, 관세청이 48.9%에 그쳤다.
세수 진도율은 세무당국의 세수 목표치 대비 징수 실적이다. 올해 국세청의 세수 목표는 204조9263억 원이지만 1∼7월 세금 징수 실적은 119조2068억 원에 그쳤다. 2010년 이후 7월 말 기준 국세청의 세수 진도율은 꾸준히 60% 선을 웃돌았으나 올해 처음 50%대로 떨어졌다. 특히 국세청의 세수 진도율은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모든 세목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떨어졌다.
관세청의 세수 실적은 국세청보다 더 저조해 7월 말까지 목표(68조1391억 원) 대비 48.9%인 33조3238억 원에 그쳤다. 지난해 7월까지 관세청의 세수 실적이 37조5507억 원(56.4%)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조2269억 원(11.3%)이나 덜 걷힌 것이다.
올해 세금 징수 실적이 부진한 데는 환율 하락이 큰 영향을 미쳤다. 환율이 하락하면 수입 물가가 떨어지면서 명목가격에 일정 비율로 붙는 관세와 부가가치세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세수 목표를 세우면서 기준 환율을 달러당 1120원으로 가정했으나 1∼7월 평균 원-달러 환율은 1045원이었다.
이에 따라 올해 세수 부족액은 작년의 8조5000억 원은 물론이고 외환위기가 터졌던 1997년(8조6000억 원)을 넘어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수가 줄어들면 재정의 건전성이 떨어지고 경기부양을 위해 정부가 지출을 늘리기도 어려워진다.
기재부는 지난달 18일 내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내년 세수 목표를 올해보다 2.3% 늘어난 221조5000억 원으로 잡았다. 하지만 올해 세수 부족액이 9조 원 수준이 될 경우 내년에 세수 목표를 달성하려면 올해보다 세수가 6.7%나 늘어야 한다. 이날 한국은행도 국회에 제출한 ‘업무 설명자료’에서 최근의 세수 부족 사태를 한국 경제의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세수 부족으로 재정건전성도 악화되고 있다. 기재부가 이날 국회에 제출한 ‘2014∼2018 국가채무관리계획’에 따르면 올해 말 국가채무(중앙정부 채무 기준)는 496조8000억 원으로 이에 대해 정부가 부담해야 할 이자비용이 21조2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국가채무에 따른 연간 이자비용이 20조 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국민 1인당 이자부담은 42만 원에 이른다.
한편 국세청의 지난해 체납 발생액 현황에 따르면 전국 세무서 가운데 체납액 상위 10곳 중 절반인 5곳이 고소득층이 많은 서울 강남 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초세무서의 체납 발생액이 8715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세무서(6845억 원), 역삼세무서(6831억 원)가 뒤를 이었다. 또 체납세금 징수실적을 보여주는 현금정리비율은 반포세무서가 16.7%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