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니스 민 “완벽포장 K팝 슬슬 지겨워져… 진솔함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7일 03시 00분


재미교포 2세 재니스 민 빌보드 대표, 서울국제뮤직페어 참석차 방한

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에서 만난 재니스 민 빌보드·할리우드 리포터 공동대표.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에서 만난 재니스 민 빌보드·할리우드 리포터 공동대표.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지난달 20일자 빌보드 매거진은 케이팝 뉴스에 지면을 파격적으로 할당했다.

한국 여성그룹 레이디스 코드 멤버들의 교통사고 사망 소식을 14면 톱기사로 게재한 것이다.

“케이팝 관련 기사는 빌보드닷컴 조회수 톱5에 늘 듭니다. 라틴 음악과 함께 독자에게 가장 큰 화제가 되는 뉴스거리죠.”

빌보드의 파격 뒤에는 1월 공동대표로 취임한 재니스 민 씨(45)가 있다.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블루스퀘어에서 만난 민 씨는 케이팝에 대해 “춤, 노래, 패션, 뷰티가 혼합된 케이팝은 ‘유튜브 세대’에 가장 어필할 콘텐츠이면서 전통적인 미디어도 같이 이끌어주는 열쇠 중 하나”라고 치켜세웠다. 빌보드가 케이팝에 집중하는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재미교포 2세인 민 씨는 US위클리, 라이프, 피플, 인스타일 에디터를 거치는 등 미국 내 패션,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고속 성장했다. 2010년 유명 연예 전문지 ‘할리우드 리포터’ 편집장에 발탁됐고 올 1월엔 할리우드 리포터와 빌보드의 공동 대표 겸 크리에이티브 총괄이사 자리에 올랐다. 최신 경향을 빠르게 짚어 고전적인 종이 매체에 새 활력을 불어넣은 것으로 평가된다.

급변하는 세계 음악 시장에서 연예 매체가 나아갈 길로 그는 대중과 더 강한 연결을 강조했다. “빌보드, 할리우드 리포터는 그간 업계 내 인물 소식에 집중했죠. 일반 독자가 읽기엔 지겨운 딱딱한 산업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제가 취임한 뒤 팝스타를 표지에 등장시켰죠. 기자와 음반사 홍보 담당자의 타협을 배제하고 이면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는 “그 결과 홈페이지 방문자 수가 5배 이상 늘었고 소셜네트워크 구독자가 1300만 명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는 한편 기획사의 과도한 가수 통제는 케이팝의 잠재적 패착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에서도 ‘백스트리트 보이스’ 같은 아이돌 전성시대가 있었지만, 멤버의 꾸며진 모습만 보여주니 단명했죠. 완벽한 포장도 흠이 될 수 있습니다. 해외 팬은 이제 슬슬 케이팝의 포장된 모습을 지겨워하기 시작했습니다. 예술가적 기질을 자유롭게 드러내며 진솔하게 다가가는 게 필요하죠.”

빌보드 차트는 산정 방식을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오르지 못한 이유는 뭘까. ‘공식’을 밝힐 생각은 없을까.

“대중의 인기를 완벽하게 반영하는 차트를 만들기 위해 오랜 세월 노하우를 구축했습니다. 그 노하우가 쉽게 복제되는 걸 원치 않습니다.”

민 씨는 이날 2014 서울국제뮤직페어(뮤콘)의 기조연설을 맡았다. 뮤콘은 민 씨를 비롯한 세계 음악계 거물들의 콘퍼런스와 국내외 음악인의 견본 공연을 이태원 일원에서 3일간 선보인다. mucon.kr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빌보드#서울국제뮤직페어#케이팝#재니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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